고용부, MBC 특별근로감독…괴롭힘 인정 근로자 불인정
근로자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 적용 안돼…추후 처벌 불가
핵심은 근로기준법…5인 미만 사업장·비근로자 보호 안돼
노동계, 전면 확대 주장…재계는 "영세업체 부담 늘어" 반대
22대 국회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보완 개정법 10여건 발의
"근로자성 판단 없이 특례 적용 위험…법 제정 취지 살려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장연미 고(故) 오요안나씨의 어머니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열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5.19. sccho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9/NISI20250519_0020815547_web.jpg?rnd=20250519122450)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장연미 고(故) 오요안나씨의 어머니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MBC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열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05.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끝에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의 신분이 '근로자'는 아니라고 판단,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은 불인정됐다. 이를 두고 어떤 식으로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불인정"…조직문화개선 권고
오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부고 소식을 비롯해 사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족이 올해 초 오씨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약 2750자) 분량의 유서를 발견하면서 해당 의혹이 알려졌다.
고용 당국은 사건 전반을 들여다본 결과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씨가 생전 출연했던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디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31/NISI20250131_0001760166_web.jpg?rnd=20250131090614)
[서울=뉴시스]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씨가 생전 출연했던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디글) *재판매 및 DB 금지
오씨가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록(유퀴즈)'에 MBC를 대표해 출연하게 되자, 선배인 기상캐스터가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용부는 "고인은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으나,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돼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행위들이 비록 고인의 실수나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지만 고인은 기상캐스터를 시작한 지 불과 1~3년 이내의 사회초년생이었다"며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수차례 이어온 점, 고인이 주요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라고 했다. 오씨의 신분이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유족은 오씨가 MBC의 지휘·감독 하에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고용부는 오씨가 MBC 소속 근로자가 수행했던 업무를 하지 않았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프리랜서가 맞다고 봤다.
결국 근로자성이 불인정되면서 '괴롭힘은 맞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다'라는 다소 모순된 결과로 특별근로감독이 마무리됐다. 고용부는 오씨에 대한 괴롭힘에 있어 사측 책임을 묻는 대신 MBC에 조직문화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핵심은 '근로기준법'…특고·플랫폼과 5인 미만 적용 안 돼
핵심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뿐 아니라 해고 제한, 연장근로제한, 연차휴가, 연장근무 가산수당 등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직·플랫폼종사자나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해간 사업장이 지난해 14만4561개에 달하며 10년간 4배 늘었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3월 관련 토론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으로의 위장이 너무 쉽다"며 "근로기준법 적용을 잠탈하려는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서 '위장'이 주는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왼쪽)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른쪽은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 2025.04.18.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18/NISI20250418_0020777221_web.jpg?rnd=20250418135158)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오요안나 어머니 장연미(왼쪽)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른쪽은 박미나 MBC 경영본부장. 2025.04.18. [email protected]
하지만 재계에서는 명백하게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영세사업장 부담이 늘어나 휴업과 폐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해 6월 국제노동기구(ILO) 제112차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법을 지킬 만한 업체들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야지 자꾸 범법자를 만들어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대선 이슈로 떠오를까…국회에 '직장내괴롭힘' 보완 개정 발의만 10여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고용부 장관 시절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출입기자단과 가진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사업장 규모가 작다고 해서 최저 기준도 적용을 다 안 하고 배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며 "고민이 굉장히 많지만 앞으로도 우리 경제가 고성장하는 등 특별히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근로기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언급하는 대신 사각지대를 완화할 수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자뿐 아니라 특수고용과 플랫폼 등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지난해 민주당 다수 의원들이 발의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포함해 부당해고 제한, 육아휴직 및 임산부 근로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구체적으로 근로기준법을 노동기준법으로 바꾸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오씨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회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적용만이라도 강화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3월30일 기준까지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살펴본 결과, 이 중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내용은 12개였다.
개정안들은 근로자성 사각지대를 축소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사건 처리 절차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근로자의 날을 맞아 1일 '일터에서의 괴롭힘 예방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 일회성 괴롭힘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직장갑질119는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을 미뤄두고 근로기준법에 특례 규정을 마련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만을 규율하는 단독 법안으로는 프리랜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등을 노동자로 편입시키지 못한 채 별도의 존재로 영구히 남겨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근로기준법 적용의 한계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서 파생한 해고 등의 다양한 문제를 규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취지를 실현하고 노동자 인권과 일터 안전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전제에 우선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어떤 법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지, 어떻게 법체계를 손질하는 게 최선인지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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