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제도화, 19세기 화폐 난립시기 혼돈 재연 우려”

기사등록 2025/06/18 17:01:37

최종수정 2025/06/19 00:07:30

버클리대 경제학과 그린 교수 NYT 기고

현대는 ‘전염’ 효과로 한 코인의 불안이 전체로 급속 확산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서병윤(왼쪽) DSRV 미래금융연구소 소장이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05.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서병윤(왼쪽) DSRV 미래금융연구소 소장이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상원이 17일 스테이블코인 발생사의 운영방식을 규정한 이른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이하 천재법)’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통과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적 테두리속의 '암호 화폐'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니어스 법’의 정식 명칭은 ‘미국 스테이블코인의 국가적 혁신 지도와 구축 법(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 coins of 2025 Act)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본격적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백화제방이 가져올 ‘혼돈(chaos)’을 경고하는 버클리대 경제학과 아이헨 그린 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그린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혼 혼돈을 19세기 자유은행 설립 시대의 화폐 혼란에 비유해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스테이블코인 시대가 되면 미국은 은행과 개인 파산, 금융 불안정이 정기적으로 발생했던 19세기의 혼란을 다시 볼 수 있다.

격동의 그 세기의 다른 특징들이 곧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천재법은 암호화폐에 정부 권한과 정당성을 부여해 수백, 어쩌면 수천 개의 기업에 자체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한다. 뱅크어브 아메리카, 월마트, 아마존 등이 코인을 발행해 은행 시스템과 신용카드 네트워크를 우회할 수 있다.

천재법이 현대적인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150여 년 전 미국에 유사한 은행 시스템이 존재했고 혼란과 재정 파탄을 초래했다.

이 법의 목적은 수천 개의 암호화폐가 번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발행자는 배포하는 한 개의 스테이블코인마다 1달러 상당의 유동자산(미국 재무부 증권 등)을 보유하도록 했다.

1830년대 중반부터 남북전쟁까지 미국은 자유은행시대였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엘리트와 집중된 금융 권력에 깊은 의심을 품고 있었다.
 
1832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당시 중앙은행에 가장 가까웠던 미국은행의 헌장 갱신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헌장이 일반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부유층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주장했다.

그후 수십 년 동안 약 절반의 주에서 최소한의 자기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은행을 개설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천재법처럼 모든 은행은 발행된 1달러마다 1달러의 담보를 보유하는 한 자체적으로 달러를 발행할 수 있었다.

뉴욕처럼 엄격한 규제를 통해 은행이 통화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는 곳은 문제없었지만 다른 주에서는 발행된 달러가 무용지물이 되어 공황과 뱅크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시간주는 할인되거나 가치가 없는 지폐로 인해 주민들이 입은 손실은 최대 4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1840년 주 수입의 거의 절반에 해당했다.

18개 주에서 18개의 서로 다른 규제 체계로 인해 각기 다른 은행들이 서로 다른 지폐를 발행하고 각기 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달러를 받는 사람이 그 가치를 항상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했다.

상인들은 고객이 제시하는 모든 달러를 하나하나 검사해 일부는 거부하고 일부는 할인된 가격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혼란은 사회에 필요한 돈의 단일성을 파괴했다.

19세기에 달러를 괴롭혔던 문제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은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할 때만 정확히 1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발행인의 대차대조표는 100% 정확하고 투명해야 하며, 감사인과 규제 기관은 이를 보장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소유한 사람은 발행인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대차대조표를 검토할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2년 전 실리콘 밸리 은행도 참고가 될 수 있다.

규제 당국은 금리 상승으로 은행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음을 인지했지만 대응이 늦었다. 고객들이 공황상태에서 너무 빨리 자금을 인출해 은행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자유 은행 시대에 끊임없이 발생했던 문제다.

은행이 이랬는데 기업과 암호화폐 스타트업 등이 발행하는 수백, 아니 수천 개 스테이블코인을 완벽하게 감독할 수 있을까.

19세기에 비해 현재는 훨씬 더 큰 문제 즉 ‘경제적 전염’ 문제가 있다.

자유 은행 시대에는 시스템이 단순하고 상호 연결성이 부족해 한 은행이나 여러 은행의 파산해도 파급력이 낮았다.

지금은 은행 파산에 대한 소문이 몇 분만에 전세계적으로 퍼진다. 2023년 실리콘 밸리 은행이 파산했을 때도 그랬다.

하나 이상의 스테이블코인 가치가 폭락하면 공황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은 다른 토큰도 환매하기 위해 몰려들 수 있다.

은행 파산때처럼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보장받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투자자들에게 돈을 갚기 위해 담보로 보유하고 있던 자산, 아마도 재무부 증권을 일거에 매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의회 증언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2조 달러 이상의 국채를 보유하게 될 상황을 예견했다.

공황 상태에 빠진 고객들이 증권을 일시에 매도하면 국채 가격이 폭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 시장과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 국의 경제권이 깊이 상호 연결되어 있어 이에 적합한 통일되고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에 비하면 스테이블코인은 통합된 결제시스템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것이 다시 옛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역사의 교훈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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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제도화, 19세기 화폐 난립시기 혼돈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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