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현대화' 물밑 논의…인태지역으로 동맹 역할 확대 관건

기사등록 2025/07/24 14:02:04

최종수정 2025/07/24 16:12:23

지난 10~11일 한미 외교·국방 협의서 美 요구로 '동맹 현대화' 논의

미국의 對중국 견제 일환으로 한국에도 일정한 '역할' 주문할 듯

[서울=뉴시스] 한미 해병대는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포항·포천·파주 일대 훈련장에서 '25-1차 KMEP 연합보병·제병협동훈련을 실시했다.미국 해병대 장병들이 슈퍼스텔리온(CH-53E)에서 하차한 후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해병대사령부 제공) 2025.03.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미 해병대는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포항·포천·파주 일대 훈련장에서 '25-1차 KMEP 연합보병·제병협동훈련을 실시했다.미국 해병대 장병들이 슈퍼스텔리온(CH-53E)에서 하차한 후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해병대사령부 제공) 2025.03.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한미 당국이 강력한 대북 억제력 유지에 중점을 뒀던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이른바 '동맹 현대화'에 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 기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동맹 현대화를 논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한국 정부에 최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모색하는 배경에는 최대 전략경쟁 상대인 중국 견제를 최우선 군사적 목표로 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중국은 미국에 비해 재래식 군사력이 압도적인 열세를 보였지만 근래에는 중국의 군사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협할 수준에 이를 만큼 급성장해, 미국이 최우선으로 대(對)중 견제에 나설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만큼 만약 한미 당국 간 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조약의 해석을 종전보다는 적극 확대해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외교부 안에서 나온다.

한미 상호 방위 조약은 태평양 지역에서의 집단 방위를 위한 노력을 공고히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방위조약 제3조는 동맹 중 한 나라의 영토가 태평양 지역에서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타 당사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핵·미사일 등 북한이 선제적으로 한국을 무력으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는 것으로 주로 해석돼왔다. 하지만 대만 유사시 등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경우, 한국도 한미동맹에 기초해 사실상 동맹국 역할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하는 근거도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11일 방한한 케빈 김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홍지표 외교부 북미국장과 양국 외교·국방 분야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국장급 협의에서 동맹 현대화를 의제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외교부는 "양측은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시키고, 변화하는 역내 안보환경 속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해 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양측은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강화하고,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 동맹을 현대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한미 정부 간 동맹 현대화 논의를 공식화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 간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시기에 미국이 안보와 직결된 동맹 현대화를 지속 제기함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이중고를 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아태 역내에서 장기간 유지했던 양자 중심의 동맹체제를 동맹과 동맹 간 군사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소다자주의 군사 협력체 수립이라는 전략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을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2010년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분쟁을 기점으로 양자 중심의 동맹체제 개편에 집중해왔다.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인태 지역 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호주·미국·영국의 3자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의 안보협의체인 스쿼드(Squad)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미국의 인태 지역 안보 전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이 영국·호주와 양국 군인의 상대국 파병·합동 훈련 등을 원활하게 하는 상호접근협정(RAA)을 체결한 것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 중인 필리핀이 일본과 RAA 협정을 맺은 것도 미국의 대중 견제와 무관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3월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일본, 미국, 호주, 필리핀, 한국 등을 하나의 전역으로 인식해 협력을 심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원 시어터(One Theater·하나의 전쟁 구역)'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 정부에 한미 동맹의 역할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안보협력체 이상의 소다자주의 안보협력체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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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현대화' 물밑 논의…인태지역으로 동맹 역할 확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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