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28일 담화 통해 이재명 대통령 실명 거론
"한미동맹 맹신,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유예 선제조치 요구' 해석도
![[보스토치니=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열리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2025.07.28.](https://img1.newsis.com/2023/09/13/NISI20230913_0000488262_web.jpg?rnd=20230913155801)
[보스토치니=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열리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2025.07.28.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와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 복원의 쉽지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북한이 예상대로 냉랭한 반응을 나타낸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28일 조선중앙통신에서 공개한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제목의 담화를 통해 "한국과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새 정부 출범 54일 만에 내놓은 첫 공식 반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으로 '입' 역할을 해온 김 부부장 명의 담화라는 점에서 무게감은 크다.
담화는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니라 별개라는 '적대적 두 국가론' 원칙을 전제로 했다. '북남관계' 대신 '조선'(북한)과 '한국'을 뜻하는 '조한관계' 표현을 사용한 배경에도 이 같은 인식이 깔려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어떤 정책이 수립되든 개의치 않았고 (후략)"라며 "하지만 이번 한번은 우리의 입장을 명백히 짚고 넘어가자고 한다"고 했다.
표면상 남한에 대한 무관심을 강조한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거리두기'를 과시하는 것 자체가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방송 중단에 대해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가역적으로 되돌려 세운 데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면서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에 구속되여 매우 피곤하고 불편했던 역사와 결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확장억제 강화 기조가 지속하는 한 정권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평소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언급했다. 그는 "또 다시 우리의 남쪽 국경 너머에서는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8월에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축소 혹은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적관계의 상징으로 한미 군사훈련을 거론한 것은 8월 한미훈련이 남북관계의 주요 분수령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연습이 실시된 지난해 8월 1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5.07.28. jt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8/19/NISI20240819_0020491011_web.jpg?rnd=20240819143503)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연습이 실시된 지난해 8월 19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5.07.28. [email protected]
한미 연합훈련 관련 조치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미 관세협상,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훈련을 유예·축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다.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인 전작권(전시작전지휘권) 환수 추진을 위해서는 한미훈련이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담화의 핵심은 '조건부'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쪽이라는 것"이라며 "북한도 자신들이 원하는 한미동맹 자체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옵저버(참관국) 자격으로 초청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헛된 망상"이라고 밝혔다.
연일 명칭 변경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통일부'에 대해서도 반응했다. 김 부부장은 "해체되여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아도 확실히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된 한국 정객의 본색"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 자체를 흡수통일의 상징처럼 상정한 것이다.
한편 이번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공개됐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는 일희일비하지 말고 북한의 대남 입장과 전략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며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의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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