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22일 방미 후 본격 협상 개시…고위급 면담
러트닉 사저에서 추가 협상…스코틀랜드 함께 방문
'마스가' 판넬·광우병 촛불집회 사진 등 시각화 설득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저녁(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을 열고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윤철 부총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사진=기재부 제공) 2025.07.31. [email protected]
[워싱턴·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이윤희 특파원 = 정부 협상단이 예정된 협상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깜짝 회동으로 무역 협상을 매듭지었다.
통상 당국이 미국 워싱턴D.C.과 뉴욕은 물론 유럽 스코틀랜드까지 동분서주하며 협상 파트너를 설득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매듭짓는 등 '올 코트 프레싱(전방위 수비)'이 예상보다 빠른 협상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구윤철 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끝에 한미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정부 협상단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일 방미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을 개시했다. 다음 달 1일 상호관세 발효일을 앞두고 막판 협상으로 점쳐졌다.
통상 당국인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방미 후 귀국에 대한 기약도 없이 미국 워싱턴D.C.에서 머무르며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고위급 면담을 이어갔다.
당초 구 부총리와 여 본부장은 재무·통상 고위급 간 '2+2 통상협의'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돌연 일정 취소로 구 부총리는 방미를 순연해야 했다.
부총리의 방미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그동안 협상단이 공을 들인 건 관세 협상의 일선에 있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었다.
다만 첫 만남부터 협상에 진척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통상 당국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러트닉 장관과 마주앉았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협의를 마무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정관(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5.07.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26/NISI20250726_0020904634_web.jpg?rnd=20250726141157)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정관(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5.07.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추가 협상을 위해 다음 날 러트닉 장관의 뉴욕 사저를 찾아 협의를 이어갔다. 이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러트닉 장관 일정에 맞춰 스코틀랜드까지 방문했다.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이 일본과 협상을 타결한 직후 우리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하며 협상에 가속이 붙었다"며 "계속 협의를 하다가 시간이 없으니 '그럼 내일도 만나자', '자신은 뉴욕 집에 간다', '그럼 우리가 가겠다', '그럼 와라'는 흐름으로 뉴욕 사저에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코틀랜드에 가서도 저녁 전에도 만나고 저녁, 자정 넘긴 시간에도 만나면서 여러 가지 협상의 틀이 구체화됐다"며 "저는 (러트닉 장관의 다음 일정인) 스웨덴까지 갈 수 있으면 갈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협상단은 스코틀랜드에서의 협의를 통해 이번 협상 핵심 카드였던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구체화했다.
김 장관은 "협상을 이어가면서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었고 스코틀랜드에서 있었던 내용이 굉장히 (의미가) 컸다"며 "세상 일이란 게 지성이면 감천인데 스코틀랜드로 가서 두 차례 협상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후 구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과의 협상 일정을 31일로 확정하면서 한미 무역합의에 대한 종착점이 가시화됐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해 있다. 2025.4.10.](https://img1.newsis.com/2025/04/10/NISI20250410_0000247032_web.jpg?rnd=2025041006293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해 있다. 2025.4.10.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도 러트닉 장관의 조언이 도움이 된 것으로 확인된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할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할지 유용한 팁을 줬다"며 "그런 부분들로 인해 예상보다 빠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형태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협상단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있어 판넬, 사진 등 여러 시각 자료를 활용했다.
협상단은 러트닉 장관과의 첫 미팅에서 우리나라가 강조하는 '조선업 협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가로·세로 1m 크기의 판넬을 제작해 선보였다. 러트닉 장관도 해당 판넬을 좋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우리나라의 레드라인(한계선)인 소고기와 쌀 시장을 방어한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협상단이 미국 측을 설득하기 위해 갖고 다닌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사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다.
여 본부장은 "여러 가지 논리적 설득과 주장을 통해서 레드라인으로 주장했으며 어떤 단계에서부터는 사진을 갖고 다녔다"며 "공중에서 광화문 전체를 내려다 본 100만명의 촛불시위 사진을 가지고 USTR 대표와 상무부 장관한테 모두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미국산 수입 소고기 개월령 제한 조치를 포함한 미국산 소고기 및 소고기 가공품 수출 규제를 문제 삼으면서 이 규정을 관세 협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는 미국이 개월령 해제 조치를 요구할 경우 우리 축산 농가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2025.04.01.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01/NISI20250401_0020755384_web.jpg?rnd=20250401135555)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미국산 수입 소고기 개월령 제한 조치를 포함한 미국산 소고기 및 소고기 가공품 수출 규제를 문제 삼으면서 이 규정을 관세 협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는 미국이 개월령 해제 조치를 요구할 경우 우리 축산 농가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2025.04.01.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