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유관순'…흑백 사진 속 영웅들, AI로 재탄생[AI로 돌아온 광복上]

기사등록 2025/08/15 06:00:00

인공지능 기술로 되살려낸 옛 사진 속 독립운동가들

"오늘날 살았다면" 학생이나 직장인 등으로 그려내기도

체포 당시 10대 독립운동가들, 교복 입고 환한 모습으로

"평범한 하루가 희생으로 이뤄졌다는 것 되새겨"

[서울=뉴시스] AI로 복원된 유관순 열사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그려DREAM'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AI로 복원된 유관순 열사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그려DREAM' 갈무리)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윤정민 기자 = #교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유관순 열사의 표정이 화면 안에 가득 담긴다. 배경은 형무소가 아닌 평범한 고등학교다. 옷 역시 거친 수형복이 아닌 교복을 입고 있다.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는 유관순 열사의 이 모습은,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해 낸 결과물이다.

최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옛 사진을 AI로 되살린 영상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사진의 색상이나 화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립운동가들이 움직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재현하거나, 유관순 열사의 사례처럼 교복을 입거나 직장인이 된 모습을 AI로 그려내기도 한다.

독립운동에 전 재산을 쏟았던 이회영 6형제도 AI 기술로 오늘날 다시 태어났다. 유튜브 채널 'AI 기억복원소'가 제작한 초등학교 교장이 된 이건영 선생, 대기업 임원이 된 이석영 선생의 모습은 조회수 400만회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얻었다. '평범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회영 6형제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지금의 평범한 하루가 이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며 "이렇게라도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한 끼'를 주제로 그들이 항일 운동 당시 먹었던 음식을 담아낸 영상도 눈길을 끈다. 거사 직전 소고기 국밥을 먹는 윤봉길 의사나 전투 중 개구리를 쪄 먹는 홍범도 장군 등 영상은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의지와 이와 상반되는 열악한 상황을 화면 너머까지 고스란히 전달한다.

단식으로 저항하다 숨을 거둔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 의사가 웃는 모습으로 식사하는 등 상상력을 덧붙인 영상도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배부른 한끼' 영상에서는 굶주림으로 아사하거나 단식으로 저항한 독립운동가들이 웃으며 식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네티즌들은 "현대 기술의 순기능"이라며 "웃는 모습에 울컥한다"고 했다. 또 "지금이라도 한 끼를 대접해드리는 기분", "마음껏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AI기억복원소'가 제작한 '한끼 시리즈' (사진=유튜브 채널 'AI기억복원소'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AI기억복원소'가 제작한 '한끼 시리즈' (사진=유튜브 채널 'AI기억복원소' 갈무리) [email protected]
채널을 운영하는 정성훈씨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들도 우리와 똑같이 밥을 먹고 웃고 얘기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며 "'마지막 한끼'라는 소재는 그분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제였고, 시청자분들이 감정적으로 깊이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정씨가 채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정확성'과 '진정성'이다. 그는 "복원 과정 전 단계에서부터 이중·삼중으로 검증을 거친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분들의 희생과 뜻은 더 오래, 선명하게 남아야 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게 전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 외에 지난 2010년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문광욱 일병과 순직한 소방관들을 AI로 복원해내는 작업도 진행했다. 특히 고(故) 문광욱 일병의 복원 이미지는 디지털 액자로 그의 부모님께 전달됐다.

정씨는 "직접 뵙지 못했지만 통화로 전해주신 진심 어린 감사 인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며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그려DREAM'이 제작한 '한강공원에서 애국가를 부르다 : 독립운동가 복원 프로젝트' 일부 장면. (사진=유튜브 채널 '그려DREAM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그려DREAM'이 제작한 '한강공원에서 애국가를 부르다 : 독립운동가 복원 프로젝트' 일부 장면. (사진=유튜브 채널 '그려DREAM 갈무리) [email protected]
유관순 열사처럼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든 열사들은 AI 기술을 통해 교복을 입었다.

유튜브 채널 '그려DREAM'이 제작한 '교복을 다시 입다' 영상에서는 만세를 부르다 체포됐던 18세 김마리아,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다 체포된 17세 이범재, 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15세 소은명 등 독립운동가들이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여느 10대와 다를 바 없는 해맑은 모습에 네티즌들은 "이렇게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새삼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을 했다는 게 실감난다", "이 좋은 시절에 태어났다면 예쁘고 고운 학생이었을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지금 후손들이 잘 누리고 살고 있다", "여느 아이와 같은 모습이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려DREAM' 운영자는 서면 인터뷰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학생의 나이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 한 학생 독립운동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요즘 학생들과 겉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모두가 수형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한국 학교의 실제 교복과 학교를 배경으로 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I를 통해 8명의 독립운동가들이 한강공원에 모여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도 구현해냈다.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김좌진 장군 등이 서울 한강공원 곳곳을 배경으로 애국가를 제창한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상에서는 직장인이 된 유관순 열사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운영자는 이 채널을 처음 시작할 당시 "영웅들의 인자한 미소를 느끼며 우리나라가 참 어렵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한번 열심히 살아보자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지금부터라도 다시 하나돼 나아가는 통합의 한 해가 됐으면 한다. '다시 하나 될, 하나 된 대한민국'을 꿈꾸며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과 협력해 김구, 김규식, 신익희, 이시영, 조소앙 선생 등 독립운동가 5인의 목소리와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SK텔레콤 유튜브)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과 협력해 김구, 김규식, 신익희, 이시영, 조소앙 선생 등 독립운동가 5인의 목소리와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SK텔레콤 유튜브)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버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기관들도 역사적 인물과 기록을 AI로 재현한 프로젝트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빙그레는 1945년 광복 당시 서울에서 들렸을 함성을 재현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지난 2일 공개했다. SK텔레콤도 독립기념관과 협력해 김구, 김규식, 신익희, 이시영, 조소앙 선생 등 독립운동가 5인의 목소리와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들 공익광고 영상을 시청한 네티즌들은 "'대한독립만세'가 들리는 순간 눈물이 났다", "한국인이라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는 영상이다", "AI 기술의 순기능을 제대로 보여준 영상"이라며 호평을 보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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