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헤스팅스 전 편집국장 칼럼에서 지적…얄타보다 결과 나빠
“트럼프, 파리 회담의 존슨처럼 푸틴에게 올리브 가지를 허비”
휴전 버티는 남베트남에 “美 원조 없이는 끝장!”…트럼프의 “우크라, 패 없다” 유사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공동 기자회견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2025.08.18.](https://img1.newsis.com/2025/08/16/NISI20250816_0000561256_web.jpg?rnd=20250816084343)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공동 기자회견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2025.08.18.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15일 알래스카 회담은 당사국을 제외한 채 강대국이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 2차 대전 후의 얄타 회담에 비유하는 분석이 있었다.
영국 더 타임스 전 편집국장 맥스 해스팅스는 18일자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실패한 시도가 베트남 전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얄타 회담 보다도 당사국에게는 더 나쁜 회담으로 1938년 뮌헨 회담에서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체코슬로바키아 땅의 일부를 내주고 이어 침략도 당한 것에 가깝다.
미국이 남베트남에 휴전을 압박하고 철수한 뒤 공산 베트남에 공산화된 것처럼 안전보장없이 휴전만 하는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 다음은 칼럼 요지.
푸틴, 트럼프가 자신이 원하는 것 줄 것으로 믿어
트럼프는 1월 취임 이후 우호적이었던 국가들을 관세와 모욕으로 굴복시키는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은 특히 유럽과 캐나다에서 미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 앞에 계속해서 자신을 낮추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민족주의적 의제를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타협에는 관심이 없고 승리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영향권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강압권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는 그루지아에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거쳐 그 너머까지 확장하려 한다.
제재는 허술하고 푸틴의 군대는 우크라이나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 물러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기를 제공할 수 없다. 푸틴은 트럼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15일 정상회담은 푸틴의 말이 옳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에게 신경쓰지 않고 크렘린의 주인만 존경한다.
트럼프의 우크라 전쟁 종식 시도, 베트남에서 손 뗀 사례와 유사
트럼프의 서투르고 냉소적인 전쟁 종식 시도의 선례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손을 떼려고 했던 외교적 노력에서 찾을 수 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8년 파리에서 북베트남과 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올리브 가지를 허비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젤렌스키가 제외된 것처럼 남베트남인은 파리 평화회담에 초대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양자 협상을 시도해서는 안됐다. 그는 말솜씨가 너무 부족해 푸틴 같은 냉정한 사람과는 이성적으로 협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헨리 키신저는 비할 데 없이 영리했지만, 파리에서 끊임없는 좌절을 겪었다.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 조지 맥거번이 맞붙은 대선을 몇 주 앞둔 1972년 10월 키신저는 북베트남 르 둑 토와 협상 초안에 합의했다.
워싱턴에 돌아온 키신저는 “우리가 꿈꿔왔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낫다”며 맥거번을 완벽하게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닉슨은 맥거번을 이기고 재선에 성공했으나 워터 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탄핵 당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파리협정 2년 후 남베트남 공산화, 키신저 받은 노벨상, 레눅토는 ‘정직하게’ 거부
하지만 키신저는 18개월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예를 들어 올해 10월 혹은 1974년 1월까지 해결한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1월 파리에서 협정이 체결됐으나 2년 후 하노이 군대가 사이공으로 남하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직접 참여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었다. 우크라이나는 무기를 제공하는데 그친다.
그러나 두 전쟁의 공통점은 1973년 당시 닉슨 정권이 인도차이나에서 철수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소수의 미국인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튜 휘태커 주나토 미국 대사는 지난주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터에서 싸워 쟁취하지 않았거나 얻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그냥 러시아에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자유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 그리고 폭력으로 결과를 결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전장에서 얻은 영토는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닉슨의 베트남 평화 협정에 대해 남베트남 응우옌 반티에우 대통령은 저항해 거의 4개월 동안 지연됐다.
“원조없이는 끝장” 닉슨과 트럼프 닮은 꼴
올해 2월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의 원조 없이는 우크라이나도 끝장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패가 없다”고 한 말과 유사하다.
키신저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뻔뻔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레 둑 토는 정직하게 거부했다. (자신의 행위는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도 노벨평화상에 대한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래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트럼프가 진로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푸틴의 살인적인 완고함에 대한 유일하게 정당하고 정치가다운 대응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늘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의 사임을 요구한다면 트럼프는 서구의 자유와 정의를 위한 주요 기수로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결코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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