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형 혁신 시장 확대 핵심 동력
장기지속형·경구제·붙이는 패치
근육 증가·식욕 활발 '신개념'도
![[뉴욕=AP/뉴시스] 2016년 8월 미국 뉴욕에서 두 여성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19.07.01.](https://img1.newsis.com/2019/05/28/NISI20190528_0015238480_web.jpg?rnd=20190528230213)
[뉴욕=AP/뉴시스] 2016년 8월 미국 뉴욕에서 두 여성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2019.07.01.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제형을 갖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형 혁신이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 1회 또는 분기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먹는 제형, 붙이는 형태 등 비만 치료제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써 주목 받고 있다.
첫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는 하루 한 번 투여해야 하는 일일 주사제다. 비만 치료를 위한 자가 주사의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받지만, 주 1회 투여로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더 큰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한 '위고비'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0조원으로 커지는 과정에서 투약 편의성은 제품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의 주사로 수주간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은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주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제약기업 암젠은 월 1회 투여하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마리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 진행 중으로, 지난해 발표된 임상 2상에서는 최대 20%의 체중감량률을 보였다.
노보노디스크는 1주 1회 투여하는 '아미크레틴'을 개발 중이다. 아미크레틴은 GLP-1 수용체와 아밀린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36주까지 체중 감소의 정체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먹는 비만약 역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각광받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먹는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3상 임상시험 탑라인 결과에 따르면, 오포글리프론은 주사제로 쓰이는 GLP-1 의약품과 일치하는 효능과 안전성 경향을 보이며 1차 및 주요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국내 기업 역시 먹는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는 제2형 당뇨 및 비만 치료후보물질 'ID110521156' 임상 1상 중이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국내 1상 데이터에 따르면 100㎎ 투여군에서 4주 동안의 체중 감소 효능이 평균 6.9%, 최대 11.9%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 GLP-1 약물과 달리 유효 용량 범위 전반에 걸쳐 위장관계 부작용이 적게 나타났다. 기존의 펩타이드 소재 주사제에 비해 제조 효율성이 높아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디앤디파마텍의 먹는 GLP-1 치료제 'DD02S'는 글로벌 제약사 멧세라에 기술 이전해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작년 11월에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MET-002o'의 첫 환자 투약이 개시됐다. 자사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오랄링크'(ORALINK)로 적응증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서울=뉴시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약물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색소를 첨가하고 6.7배 확대 촬영한 모습 (사진=대웅제약 제공) 2025.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8/13/NISI20250813_0001916962_web.jpg?rnd=20250813084228)
[서울=뉴시스] 대웅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약물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색소를 첨가하고 6.7배 확대 촬영한 모습 (사진=대웅제약 제공) 2025.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대부분의 연구개발이 초기 단계이나 '붙이는 비만약'의 등장 조짐도 보인다. 마이크로니들 제형은 길이가 1㎜ 이하인 미세바늘을 피부에 부착해 약물이 체내 흡수되도록 한다.
통증 없이 스스로 투약할 수 있어 주사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대웅테라퓨틱스의 자체 개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약물 흡수 실험에서 주사제 대비 생체이용률이 80% 이상에 달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세마글루타이드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는 약 160배 높은 수준이다.
국내 대원제약과 라파스 역시 위고비를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임상 1상을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23년 마이크로니들 기업 주빅과 당뇨 및 비만 치료제에 대한 마이크로니들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다양한 제형 뿐만이 아니라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신개념' 비만 치료제 또한 개발되고 있다.
기존 비만 치료제는 식욕 감소와 불가피한 근손실 수반된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한미약품은 세계 최초로 '지방의 선택적 감량'과 '근육의 증가' 약리 효과를 동시 구현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HM17321'을 개발 중이다.
HM17321은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 2 유사체다. UCN2는 심혈관계 보호뿐만 아니라 골격근에 직접 작용해 근육 비대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이외에도 차세대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와 경구용 비만치료제(HM101460) 등도 개발 중이며, 최근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이들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바이오 기업 펩트론은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 학술대회에서 'PTAP-010'의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 PTAP-010은 에너지 대사 촉진 기반으로, 식이 섭취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체중 감량 효과(9.9%)를 기록해 '잘 먹어도 살이 빠지는' 비만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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