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카카오, AI·스테이블코인 사업 탄력받나

기사등록 2025/10/21 14:18:52

최종수정 2025/10/21 15:12:24

김범수, 자본시장법 위반 무혐의…法 "시세조종 증거 부족" 판단

사법 리스크 일단락…"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 오해 해소"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후 법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2025.10.2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후 법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2025.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이다솜 김윤영 수습 기자 = 카카오를 옥죄었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됐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재판(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인공지능(AI), 원화 스테이블 코인 등 카카오의 신사업들이 탄력이 받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2023년 2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가를 고정시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으며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며 "검사가 핵심 증거로 내세우는 이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상식에 모순되며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사법 리스크 해소한 카카오, 경영 정상화 시동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23일 서울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10.23. [email protected]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카카오는 당분간 사법 리스크를 털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그룹은 지난 3년여간 금융당국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국내외 투자 유치와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종 업계에 있는 네이버가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한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는 AI 기술·서비스 개발과 함께 검색, 광고, 커머스 등 사업 모든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냈다. 이해진 의장 복귀 후 해외 전문 투자 법인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고 스페인 C2C 기업 '왈라팝'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개편으로 기업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김 창업자와 법인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경영 쇄신과 신사업 추진에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CA협의체 단독 의장으로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재 99곳인 국내 계열사 수를 연말까지 80여개로 줄일 계획이다.

카뱅 대주주 자격 상실 위기 해소…AI 사업도 '속도 UP'

[용인=뉴시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 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5.09.23. (사진=카카오 제공)
[용인=뉴시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 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2025.09.23. (사진=카카오 제공)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금융 거버넌스 위기를 해소할 수 있게됐다.

카카오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주축으로 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향후 가상자산 제도가 정비되는 대로 간편 결제, 송금 인프라 등을 연계해 카카오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유죄 판결이 났을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상실과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 대한 금융 인허가 차질이 우려됐지만 무죄 확정으로 리스크를 벗게 됐다.

AI 사업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AI 일상화' 비전을 내건 카카오는 이달 말 '챗GPT 포 카카오'를 출시한다. 카카오톡 채팅 탭에서 오픈AI AI 서비스 '챗GPT'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선물 추천·음악 추천·위치 검색 등 이용자 요청을 인식해 AI 에이전트가 멜론·카카오맵·선물하기 등 카카오 서비스를 자동 실행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AI 기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외부 파트너와의 연동을 통해 AI 기반 생태계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 판교 사옥 아지트 전경 (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 판교 사옥 아지트 전경 (사진=카카오)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는 재판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공식 입장을 통해 재판부 결정을 환영했다.

카카오 측은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하였음이 확인된 것이라 이해한다"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도 이날 법정에 나오면서 취재진과 만나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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