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면한 '통일교 실세' 정원주, 재판서 '로비 주도' 드러날까

기사등록 2025/10/23 13:48:34

최종수정 2025/10/23 14:20:24

특검, 공소장에 한 총재의 정교일치 교리 적시하며

전 총재 비서실장 정원주 공범으로…지시·승인 역할

한학자도 특검 조사서 "정원주가 주도"…재판 주목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 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22.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전 비서실장 정원주 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에 교단의 현안을 청탁하기 위한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각종 로비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고위급 간부들의 재판이 다음주 시작된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한 총재와 달리 구속을 면한 정원주 전 비서실장이 로비를 총괄한 실질적인 교단 실세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재판 과정에서 로비 주도 행각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건진법사' 전성배씨 측이 입장을 바꿔 특별검사팀에 통일교 측의 청탁 금품을 제출했듯 통일교 재판에서 아직 수사가 다 끝나지 않은 '국민의힘 당권 개입 의혹' 등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전말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안팎에서는 윤석열 정권 로비 의혹 당시 전 총재 비서실장이었던 정씨가 로비를 총괄·지휘한 교단의 실권자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교주' 한 총재가 구속된 것과 달리 정 전 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작성한 한 총재와 정씨 등의 공소장을 보면, 정씨는 지난 2015년께부터 비서실장을 맡아 한 총재의 업무를 보좌했다고 명시돼 있다.

특검은 한 총재가 내세운 정교일치 이념을 범행의 배경으로 본다. "참부모가 치리(治理, 도맡아 다스림)하는 평화 세계인 천일국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뜻에 따라 치리되는 국가인 신(神)통일한국의 기반을 2022년까지 만들고, 2027년까지 안착시키려 했다"는 게 공소장의 내용이다.

정씨는 공소장 속에서 한 총재의 범행 전반을 공모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한 총재의 종교적 구상을 실현하고 통일교의 이권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비무장지대(DMZ)에 유엔 제5사무국 유치 및 평화공원 설치 ▲아시아 태평양 유니언 설립을 위한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 사업(MPP) ▲한일 해저터널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고 적혔다.

이들 사업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 공적 자금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한 총재와 정씨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통해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접촉해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는 등 유착 관계를 맺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정씨의 이름은 이후에도 보고와 승인 주체로 한 총재와 함께 등장한다. 윤 전 본부장이 대선 이후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김건희 여사와 친윤 정치인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하자, 한 총재와 정씨는 전씨를 통해 김 여사와 친분을 유지하며 각종 프로젝트와 행사의 편의를 제공받으라고 그에게 지시했다는 내용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통일교 내부에서는 정씨 역할이 공범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일교 산하 무용단 출신인 정씨는 1990년대 귀국해 한 총재의 수행비서를 맡으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2인자 자리에 올랐다는 견해가 많다. 한 총재가 남편 문 총재가 숨진 후 3남 등과 '골육상쟁'이 벌어지자 실권을 위임할 인물로 믿던 정씨를 택했다는 것이다.

[가평=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아래부터),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모습.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가평=뉴시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 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아래부터), 천승전, 천정궁박물관 모습.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정씨는 '윤 정권 로비 의혹'의 전달책으로 지목된 윤 전 본부장을 비서실 사무총장 등 처음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서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고위 직책을 2023년 5월까지 맡고 있었다고 나오는데, 정씨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선문대 부총장직으로 옮겼다는 시각이 많다.

특검은 정씨가 한 총재에게 보석과 예물, 사비를 상납한다는 명목으로 신도 헌금으로 조성된 기금과 공익 목적에 쓸 교단 자금을 빼돌렸다(횡령)는 혐의도 공소장에 썼다.

정씨는 2022년 4월~2023년 5월에 건축 목적의 천승기금, 한반도 평화통일 활동에 쓸 목적의 신통일한국 통일기금에 들어갈 합계 5억여원의 금전을 총 22차례에 걸쳐 한 총재에게 상납하라 지시하며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한 총재의 사비를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2022년 1월~2023년 5월 사이 선교활동비 목적으로 쓰는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미화 69만8600달러(한화 9억원)을 가로챈 혐의, 2021년 1월~지난해 9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 등 기관 자금 총 1억1000만원을 3차례에 걸쳐 한 총재의 예물비 명목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교단 안팎에서는 지난 8월 취임한 세계선교본부장 A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 이사장 B씨가 정씨의 측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총재 구속 이후에도 교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씨의 위세가 여전하다는 말이 나온다.

비록 통일교가 공식 기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통일교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총재의 특검 진술조서를 입수해 '(로비 행위 등은) 정원주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내용을 자체 보고서에 적은 바 있다. 변호인단이 한 총재가 아닌 정씨를 변론하는 데 더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정씨에 대한 성토 여론도 일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통일교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은 만큼 재판에서 한 총재를 방어하기 위해 정씨에게 책임을 부각하는 새로운 증거나 진술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한 총재와 정씨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7일 오전 진행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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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면한 '통일교 실세' 정원주, 재판서 '로비 주도'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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