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풀어본 수능 국어 83점…"지나친 고난도 체제 바꿔야"

기사등록 2025/11/15 08:00:00

"과도한 변별 사로잡혀…쉬워도 입시 가능"

"저출생, 사교육 문제…경쟁 패러다임 안돼"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컴퓨터용 사인펜 마킹 연습을 하는 모습. 2025.1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남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며 컴퓨터용 사인펜 마킹 연습을 하는 모습. 2025.1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직업적으로 읽기와 쓰기 능력이 중요한 기자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풀어본 결과 100점 만점에 80점을 겨우 넘기는 데 그쳤다. 인구 감소, 교육 목적 등을 고려하면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과도하게 어렵게 출제되는 현행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기자가 202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홀수형)을 풀어본 결과 8문항을 틀려 원점수 100점 만점 기준 83점을 받았다. 업무 때문에 실제 수능 시간과 동일하게 시작하지는 못했고, 14일 오후 1시부터 2시20분까지 80분간 풀었다. 선택과목은 응시자가 많았던 화법과 작문을 골랐다.

시험 첫 지문부터 해독과 언어 이해의 개념 설명이 나오며 어려움을 느꼈고 곧바로 4번부터 담보와 보증, 법조문 지문이 나오며 위기에 봉착했다. 이어진 10번 지문에 열팽창 개념이 나오면서 시험을 포기하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비교적 지문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문학 작품을 끝내고 나니 시간은 20분이 채 남지 않았고 시험 마지막 두 지문은 정독을 하지 못했다. 지문과 문제의 보기를 번갈아 보며 찍다시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4번, 11번, 16번, 25번, 28번, 33번, 36번, 43번 등 8문항의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문항 수 기준 중반이 넘어가면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시간 압박에 대한 초조함 등으로 오답률이 높아졌다.

매년 수능 때마다 '물수능', '불수능'과 같은 난이도 분석 자료가 쏟아지지만 수능 체제 자체는 고난도의 시험이다. 외국인이 풀어도 수능영어 100점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수학교사 출신인 안상진 교육의봄 교육연구팀장은 "국어는 지문은 길게, 시간은 촉박하게 만들어서 빨리 읽고 정답을 찾는 기술을 늘려야 잘 볼 수 있는 시험이 됐고 수학은 성취 기준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하나만 몰라도 풀지 못하게 유도하는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어는 외국인도 어려워하는, 살아있는 영어가 아니라 시험을 위한 영어"라고 말했다.

이는 현행 수능이 상위권 변별에 활용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나 학과 정원이 한정돼있으니 시험 성적으로 순위를 정해 입학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현행 수능은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역대급 물수능이었다고 하는 2014 수능에서도 충분히 변별력이 있었고 입시가 다 진행이 됐다"며 "일정 수준의 변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과도한 변별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수능 체제를 두고 복수 시험, 절대평가 전환, 자격고사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제도권 내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줄어드는 학령 인구, 교육적 목적 달성 등을 고려하면 수능 체제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국가가 직면한 저출생 위기, 사교육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경쟁 교육이라는 패러다임을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상진 교육연구팀장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인지를 평가하는 시험, 고등학교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아이인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살린다면 지금과 같은 변별을 위한 시험 형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사회와 정부가 이런 대안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기자가 풀어본 수능 국어 83점…"지나친 고난도 체제 바꿔야"

기사등록 2025/11/15 08:0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