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드라마 쪽박·출연 청탁…KBS 체면 말이 아니네

기사등록 2025/11/16 09:02:11

최종수정 2025/11/16 09:51:52

내달 박장범 체제 1주년 앞두고 진통 여전

마동석 '트웰브'·이영애 '은수좋은날' 적자

주말극 확대 효과無…연기대상 개최 민망

예능센터장 청탁·CP 금품요구 등 비위 적발

공영방송 수신료 가치 빛바래…개혁 절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영애(왼쪽), 김영광이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에서 열린 KBS2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6.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영애(왼쪽), 김영광이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에서 열린 KBS2 토일드라마 '은수 좋은 날'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가 박장범 사장 체제 1주년을 앞두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하반기 주말극을 확대 편성했으나, 마동석 '트웰브'와 이영애 '은수 좋은 날' 모두 적자를 냈다. 일일·주말극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미니시리즈 모두 흥행 참패해 연기대상을 열기도 민망한 상황이다. KBS 예능센터장은 출연 청탁 의혹으로 교체했고, 한 드라마 CP가 편성 대가로 금품을 요구해 해임되는 등 내부 비위행위도 잇따랐다. 그간 KBS는 TV수신료 가치를 강조했지만, 공영방송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KBS는 트웰브 방영권을 44억원(총 8부작 회당 5억5000만원)에 구입, 20억8000만원(회당 2억6000만원) 적자가 났다. 은수 좋은 날은 127억2000만원(총 12부작 회당 10억6000만원)에 사들였으나, 88억8000만원(회당 7억4000만원) 손해를 봤다. 드라마 시장이 악화 돼 시청률이 높아도 적자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트웰브와 은수 좋은 날은 흥행 성적이 저조해 손실 규모도 방영권의 약 50~70%로 컸다.

트웰브와 은수 좋은 날은 이전 담당자들이 편성한 작품이다. KBS는 지난해 12월 김영조 드라마센터장을 선임한 지 6개월 여 만인 7월 초 김상휘 센터장으로 교체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후 수목극을 없애고, 오후 8시에 이어 9시20분 주말극을 편성했다. 트웰브는 1회 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 2회 5.9%로 반토막났다. 3회 4.2%, 4회 3.1% 등 매회 최저 기록을 갈아 치웠고, 8회 2.4%로 막을 내렸다. 첫 회는 8시 주말극에 이어 편성한 효과를 맛 봤으나, 조악한 완성도로 인해 시청자들이 점점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KBS 드라마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영애도 KBS 주말극을 살리지 못했다. KBS는 은수 좋은 날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웰메이드 드라마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영애와 김영광 케미스트리가 잘 살지 않았고, 마약 소재 드라마 한계가 도드라졌다. 학부모 '강은수'(이영애)와 선생 '이경'(김영광)이 우연히 마약 가방을 발견해 동업하는 설정 자체부터 몰입도와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결국 1회 3.7%로 시작, 12회 4.9로 종방했다.

방영 중인 '마지막 썸머'는 1%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여주인공 최성은은 중성적인 매력이 강해 미스 캐스팅으로 보였고, 이재욱과 로맨스 합도 맞지 않았다. 이재욱은 대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김건우 역시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악역 '손명오' 이미지가 강한 탓인지 변호사 역과 어울리지 않았다. 반면 KBS 계열사 몬스터유니온이 제작, CJ ENM에 넘겨준 tvN '미지의 서울'과 티빙 '친애하는 X' 모두 흥행에 성공해 대조됐다. 지난해 CJ ENM과 맺은 업무협약(MOU) 일환이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행된 KBS2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3.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한경천 KBS 예능센터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행된 KBS2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3.11. [email protected]

예능센터 시름도 깊어졌다. 지난달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경천 전 예능센터장의 출연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 센터장은 조경식 KH 부회장에게 코인 투자 문자로 음악 프로그램 출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출연을 요청한 이들이) 부당하게 출연한 건 아니"라며 "통상적으로 저 정도 출연은 친한 선배이기 때문에 부끄럽게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KBS는 감사에 착수했고, 열흘 만인 이달 3일 이황선 예능센터장으로 교체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CP A가 편성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가 불거졌다. KBS는 10일 인사위원회에서 A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해임했다. 지난해 외주 제작사 대표 B에게 "6개만 주면 하반기 KBS 일일극에 편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B는 6개가 6억원을 의미한다고 보고 감사실에 제보했다. A는 "극본 6개를 달라고 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은수 좋은 날 CP에서 물러났고 중징계도 피하지 못했다.

업계에선 이런 비위 의혹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PD나 제작사가 신인을 캐스팅 해주고 출연료 일부를 챙기는 일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일일·주말극은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 돼 유혹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지난달 23일부터 TV수신료 통합 징수를 재개했는데, 공영방송 책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내부 개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KBS PD협회는 "연말 특집과 신규 프로그램 기획도 차질을 빚으면서 예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둘러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고, KBS본부는 "직접 (드라마를) 제작했다면 내부 PD 능력을 키우는 기회라도 됐을텐데, 외주제작사 작품을 무턱대고 사오는 데 급급했던 탓에 적자만 남겨 더욱 뼈아프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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