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홍장원에 계엄 관련 지시 안 해…간첩 관련 방첩사 도우란 것"

[서울=뉴시스]김정현 김래현 이소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자신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홍장원 국정원 전 1차장 진술을 4일 부인했다. 국군방첩사령부 간첩 업무를 도우라 당부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가 연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 막바지에 발언권을 요청해 "만일 계엄 상황에 대해 국정원에다가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것은 계엄 사무가 아니다"라며 "아까 (그에게) 전화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해외 순방 때 국정원 해외 담당 파트가 많이 도와서 격려 차원에서 기왕 해야 되겠다 해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 관련해서 여기는 수사권이 없고 국가안보조사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며 "그래서 방첩사를 도우라 이야기를 했다. 방첩사는 예산이 부족하고 국정원에는 정보가 많아서 경찰, 방첩사에 예산 지원을 해 주라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여인형 사령관에게 '내가 좀 전에 (국정원) 1차장과 통화했으니 에로사항 있으면 1차장한테 연락하라' 전화 했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방첩사령관한테 그런 전화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한 홍 전 1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12.3 계엄령 선포 당일 오후 10시53분께 전화 통화를 통해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를 지원해. 자금,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취지 발언을 들은 게 맞다고 다시금 증언했다.

홍 전 1차장은 윤 대통령이 간첩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통화를 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국회 측 대리인단이 '통화 당시 간첩 얘기 나온 적이 있나' 묻자 "없다"고 했다.

홍 전 1차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 검거 지원을 요청한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우원식·한동훈·김민석·박찬대·정청래·조국 등 정치인들 명단을 불러 줬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전 1차장은 이날 신문에서도 여 당시 사령관에게 무엇을 지원해 줄지 묻자 명단을 불러주면서 '구금할 예정이다. 위치 추적을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위치 추적도 할 수 없다"며 "협력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을 방첩사령관이 모를 리가 없고 저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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