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불덩이" 주변은 시뻘겋게 불 타…생지옥 된 무주

기사등록 2025/03/27 12:22:27

최종수정 2025/03/27 14:08:24

산불 피해 대피한 주민들 "한숨도 못 자"

매캐한 연기, 탄내 가득…뜬 눈으로 지새

[무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 일대의 산불로 인해 몸을 피한 마을 주민이 홀로 부남체육공원 다목적회관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03.27. lukekang@newsis.com
[무주=뉴시스] 강경호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 일대의 산불로 인해 몸을 피한 마을 주민이 홀로 부남체육공원 다목적회관 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03.27. [email protected]

[무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불덩이가 막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밤새 한 숨도 못 잤지."

27일 오전 10시 전북 무주군 부남면 부남체육공원 다목적회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산불로 인한 매캐한 탄내가 진동했다. 회관으로 들어서자 산불을 피하려 몸을 옮긴 인근 마을 주민 20여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밤중에 일대를 덮친 산불로 인해 주민들은 이 곳에서 지난밤을 뜬 눈으로 지샜다.

적십자사 등 여러 구호단체에서 제공한 담요와 이불 등을 깔고 덮은 채 기운이 빠진 채로 있던 주민들은 서로 가벼운 담소를 나누기만 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지속되는 상황에 지친 듯 "집에 가고 싶다"고 크게 외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몸을 피한 주민들은 산불 발생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자택은 산불이 처음 발화한 지점과는 약 1㎞ 정도 떨어졌지만 산을 집어삼킨 불은 먼 거리에서도 똑똑히 보였다고 한다.

부남면 주민인 이봉림(60대·여)씨와 서애순(60대·여)씨는 "문 닫고 있었으면 불 난 줄 몰랐을 것이다. 밖에 나가서 불이 산을 타는 걸 봤다"며 "불이 막 일어나더니 불덩이 같은 게 산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난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주=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산으로 번지자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5.03.27. pmkeul@newsis.com
[무주=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산으로 번지자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5.03.27. [email protected]

서씨는 "요새 산불이 워낙 많이 나는데 무주는 안 나서 다행이다 싶어서 일을 보고 돌아오는데 9시30분쯤이었나 119가 막 출동하더라"며 "이렇게 바람 부는데 어디서 또 불이 났나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주변인들의 안부전화를 받던 이씨는 "산불 났다고 이게 TV에 나오니까 주변에서 엄청나게 전화가 왔다. 무주 부남면이라고 딱 나오니까 밤부터 전화가 오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함께 몸을 피한 주민 김모(70대·여)씨도 당시 산불과 함께 매캐한 연기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김씨는 "자고 있다가 동생이 나를 깨워서 불이 난 줄 알았다. 나가보니 주변이 시뻘겋게 불타고 있었다"며 "연기도 엄청 나서 목이 너무 매캐하다. 지금까지도 목이 매워서 물을 두병째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2년 전에 집 근처에서 불이 나서 집이 좀 그을렸는데 또 지금 이렇게 불이 나버리니까 손발이 벌벌 떨려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며 "여기로 몸을 옮기고 지금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얼른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산불 발생 당시 인근 마을주민들의 대피장소로 지정된 대티마을회관도 30여명의 주민들이 도착해있다. 산불 발생지점과 강가를 기준으로 나뉘어 있어 대티마을 일대는 산불 피해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해 대비해 인근 율소마을 주민 등 50여명이 이 곳으로 몸을 옮겼다.

민광만(66) 대티마을 이장은 "지금 강가 넘어서 율소쪽이나 이런데서 한 40~50명 정도 주민들이 이곳으로 왔다. 몇 분 정도는 밤에 쪽잠 정도는 주무셨지만 어르신 대부분은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

민 이장은 "불이 날 때 멀리서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면사무소 직원들도 함께 밤새면서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그랬다"며 "그래도 산불이 더 계속 퍼지지 않고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주=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산으로 번지고 있다. 2025.03.27. pmkeul@newsis.com
[무주=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인근 산으로 번지고 있다. 2025.03.27. [email protected]

지난 26일 오후 9시22분께 전북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불이 야산으로 번졌다.

당국은 헬기 8대, 지휘차 4대, 진화차 8대, 소방차 21대, 산불진화대 100명, 소방 145명을 투입해 산불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의 대응 1단계는 해제됐지만 계속해서 산림 소실면적이 늘자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산불 단계는 2단계로까지 확대발령됐다.

27일 낮 12시을 기준으로 일대 산불의 진화율은 70%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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