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비예프 게오르기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일문일답③]

기사등록 2025/03/28 06:02:00

최종수정 2025/03/28 10:50:49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26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28.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26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3.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재건과 관련해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역량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26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 기업의 러시아 복귀 문제에 대해선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러우 전쟁과 관련한) 외부 압력 때문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그들 중 다수가 복귀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우호국' 명단 해제 가능성과 한러 관계 개선 조건으론 '대러 경제 제재 해제'와 '직항 항공편 운항 재개'를 꼽았다.

러우 전쟁 평화 협상 중 영토 문제와 관련해선 '러시아 헌법에 따른 영토 보전'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합병한 뒤 헌법상 러시아 영토로 편입한 바 있다. 종전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 안보 위협 해소,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계 주민 보호 등 '근본 원인' 제거란 입장도 반복했다.

다음은 지노비예프 대사와의 일문일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한 바 있다. 미국은 그 전에 지원을 잠시 중단했지만 지금은 재개한 상태인데, 이것이 휴전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나.

"현재 러시아와 미국 간에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해 외교적 접촉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지도부 대표들이 여러 차례 밝혔듯, 우리는 이 갈등을 해결하려는 미국의 건설적인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협상의 모든 세부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황은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지금까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 공고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현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것은 먼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서방이 계속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 사용 인구의 권리를 크게 침해하고 2014년 이후 위기 해결을 위한 어떤 합의도 체계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데 있다."

-러시아는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둔 평화유지군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러시아의 잠재적인 추가 침략 가능성과 우크라이나의 전후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영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의지의 연합'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데, 조율 가능한 부분이나 대안이 있는지. 또 평화협상 후 우크라이나 내에 러시아군을 주둔할 계획이 있는지.

"현재 위기가 끝난 뒤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어디에 어떤 평화유지군이 배치될지, 혹은 배치 자체가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유럽은 이번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어떻게든 갈등을 키우려 하면서 평화적인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 갈등은 전장에서 해결돼야 하며, 러시아는 전략적 패배를 당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고 분열시키려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유럽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였다. 오늘날 유럽평의회(PACE) 의원총회는 러시아의 탈식민화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 내에서 서방 정보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옛 러시아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연합(EU)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해결책이 아닌 문제의 일부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이 아닌 점령군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유럽을 침공할 의도도 없다고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러시아 위협에 대한 모든 주장은 유럽이 만들어낸 또다른 무책임한 거짓말이다. 러시아는 유럽을 정복할 생각이 없지만, 유럽 국가들의 공격적인 수사와 계획에 대해선 우리의 안보를 단호히 지킬 것이다."

-영토 문제는 가장 어려운 협상 중 하나로 보인다. 러시아는 모든 절차를 거쳐 헌법상 영토 편입을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는 이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유지' 또는 '포기'할 영토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이 최종적인 타협 지점이 될 수 있나. 혹은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지.

"러시아 군은 헌법에 따라 러시아의 영토 보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 외교적 접촉이 진행 중이며, 이 협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 경과나 잠재적인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덧붙여 국제사회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좀 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다. 러시아의 이익을 제한하는 어떤 결정도 안보리에서 채택된 바가 없다. 올해 2월24일 안보리에서 채택된 유일한 우크라이나 관련 결의안은 갈등 종식과 공고한 평화 구축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것이야말로 국제사회의 의견을 구속력 있게 표현한 것이다. 프랑스, 영국, 덴마크, 그리스, 슬로베니아와 달리 러시아 연방은 한국, 그리고 다른 10개 안보리 이사국과 함께 해당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평화협상은 미국의 중재로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회담을 주선했고, 이 외에도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중재 의사를 밝힌 국가들이 많다. 또 기존에 유럽은 주요한 참여자로 역할해 왔다. 평화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길 원하는 국가나 국제기구가 더 있나.

"유럽의 역할에 대해선 앞서 언급했다. 건설적인 의지를 지닌 국가들의 노력은 모두 환영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점점 더 패배하면서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결국 현재 가장 중요한 평화 중재자는 러시아 군이다. 러시아 군인들이 이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군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수록, 평화를 향한 열망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평화협상 후 우크라이나 재건에 참여하거나 경제 협력을 재개할 계획이 있나. 그렇다면 그 조건이나 특히 주요하게 다룰 특정 분야가 있는지.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대외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미래 관계는 현재 위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우호적이고 중립적이며 평화로운 국가가 되기를 바라며, 나치 협력자를 찬양하지 않고 모든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런 이웃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후 재건과 관련해서는,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역량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러시아 지역에 진출하길 기대한다. 특히 시급한 곳은 예전에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영토들이다. 1991년 이후 계속 노후화가 진행됐고 소련 시기에 지어진 인프라도 파괴돼 대대적인 재건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누가 복구 비용을 부담할지 불명확하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러한 여력이 전혀 없으며 서방 납세자들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이 전후 복구 비용까지 부담할 의사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방 국가들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그들조차도 그러한 조치가 단순한 '도둑질'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엔 자강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방비도 증액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러시아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

"이미 말했듯 러시아는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허황된 주장은 유럽의 정치 세력이 자국 내 문제를 해결하고 군산복합체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20세기에 그들이 군비 확장을 적극 추진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되새겨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독일은 이 점을 되새겨야 한다."

-전쟁 중 양측에서 발생한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 조사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및 기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에 대한 전례 없는 거짓과 허위정보 캠페인을 벌였다. 이런 사례는 한 두 건이 아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게 서방 언론은 금세 잊어버린 '부차 사건'이다.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내부 전쟁 강경파가 이스탄불 협상을 무산시키기 위해 이용한 자작극이란 것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우크라이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와 그를 비호하는 서방이 만들어낸 다른 정보들도 그 정도의 신빙성을 가질 뿐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범죄를 문서로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성과 노인,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대량 학살,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 및 학대, 전쟁 법규 위반, 그리고 그 준비와 실행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보원과 기타 여러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러시아 영토 테러 등이 있다. 이런 잔혹행위의 배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활개치는 네오나치 집단이 있다. 이 모든 범죄는 반드시 처벌될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이른바 ICC를 합법적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 결정은 시골 서커스단 광대가 내린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 기업의 복귀를 언제든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떠한 혜택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국 기업의 복귀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또 현재 복귀를 논의 중이거나, 선호하는 기업이 있나.

"러시아는 어떤 외국 기업도 강제로 내쫓지 않았다. 떠나고 싶었던 기업은 떠났고, 남고 싶었던 기업은 남아 번창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경제가 전례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사업장 철수로 정치적 쇼를 벌이지 않았고, 철수한 기업들은 외부 압력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 중 다수가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발효됐고, 최근 북한과 협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는데, 이전엔 외교·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평화협정 후 한국과 관계를 정상화할 의향이 있나. 그리고 한국을 '비우호국' 명단에서 해제할 계획이 있는지.

"이 질문은 최근 몇 년간 러-한(한러) 관계 전개 양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에 여러 제재를 도입했고 러시아로의 수출통제 및 수출허가가 필요한 품목 수는 현재 기준 1341개에 달한다.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모든 국가는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돼 있다. 정치·경제적 관계 복원과 양국 기업 간 협력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강요하지 않으며 이 문제를 파트너 국가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선 직항 항공편 복원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현재 러시아와 한국 간 직항 노선이 없는 것은 오직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 즉 '양국 국민들이 쉽게 접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과거 한국 정부의 초청에 응해 사할린 등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러시아 국민들, 이른바 '고려인'들도 직항편 부재로 가족과 재회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측은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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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비예프 게오르기 주한 러시아 대사 인터뷰[일문일답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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