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선고에 엇갈린 시선…국회 측은 재판관, 윤 측은 허공[尹 파면]

기사등록 2025/04/04 12:41:42

최종수정 2025/04/04 16:12:24

삼엄한 보안 점검 거쳐 대심판정 입장해

문형배 윤 측 응시했지만, 시선 안 맞춰

문형배, 선고 후 김형두와 미소 나누기도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청사 직원들이 속보를 확인하고 있다. 2025.04.0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청사 직원들이 속보를 확인하고 있다. 2025.04.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11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에서 이 같은 주문을 읽자 고요하던 방청석 곳곳에서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날 오전 10시10분께부터 일반인 20명을 포함한 방청객 입장이 시작됐는데, 삼엄한 보안 점검을 거쳐야 했다. 주머니에 있는 모든 소지품과 얇은 재킷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외투를 벗어서 검사대에 올린 후에도 헌재 직원들이 금속 탐지기를 들고 온몸을 꼼꼼하게 살폈다.

국회 측 대리인단과 방청석이 먼저 들어차는 가운데 재판부와 가까운 청구인 자리에는 소추위원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이수 변호사가 앞줄에, 송두환 변호사와 이광범 변호사가 뒷줄에 앉았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는 배보윤 변호사와 윤갑근 변호사가 자리를 잡고, 그 뒤로는 차기환 변호사와 배진한 변호사가 착석했다. 차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들이 들어오기 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양측 대리인단 일부는 대심판정 안팎을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이다가 선고가 시작하기 5분 전쯤인 10시55분께부터는 모두 자리를 지키며 차분하게 재판부 자리를 응시하거나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심판정 내부 104석의 방청석은 대부분 차 있었다.

헌재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하거나 꺼달라"며 "선고 중에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이 금지된다"고 여러 차례 안내하기도 했다. 대리인단 자리 책상 위에 있는 모니터에는 '오늘의 선고 안내' '탄핵 심판 사건(헌법재판소법 제48조)' '사건번호 2024헌나8' '사건명 대통령(윤석열) 탄핵' 등이 떠 있었다.

재판관들이 침묵을 깨고 오전 10시59분께 대심판정 안으로 들어오자 대리인단과 방청객 모두가 일어나 인사를 했고, 오전 11시부터 선고가 시작됐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 한 뒤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함께 법정을 나가고 있다. 2025.04.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선고 한 뒤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함께 법정을 나가고 있다. 2025.04.04. [email protected]

김형두 재판관을 비롯한 몇몇 재판관들은 문 대행이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 방청석을 골고루 바라보며 선고를 진행하는 동안 반응을 관찰하듯이 대리인단이나 방청석을 향해 시선을 두기도 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선고가 시작되자 양측 방청석을 번갈아 바라봤고, 조한창 재판관도 그와 시선을 같이 하다가 본인 앞에 있는 종이를 넘겨보기도 했다. 문 대행이 "어떠한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김형두·정형식·정계선 재판관이 한번씩 정면을 바라봤다.

김형두 재판관과 정형식 재판관은 선고 도중 물을 한번씩 마시기도 했는데, 각각 '부정선거 의혹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고령을 발령해 국민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는 대목에서 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양측 대리인단은 선고가 시작될 때부터 시선 처리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국회 측은 대부분 재판부를 바라본 반면, 전 대통령 측은 거의 시선을 맞은편이나 대각선 허공에 두는 모양새였다. 특히 문 대행이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피청구인 측을 응시했지만, 4명 모두 그와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문 대행이 선고 시작 22분 후인 오전 11시22분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자 그의 말소리 외에는 적막만이 감돌던 심판정 내부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로 앉은 청구인 측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행은 선고를 마치고 대심판정을 나가다가 김형두 재판관과 눈을 맞춘 후 옅은 미소를 띠고 그의 왼팔을 한번 힘주어 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충격에 빠진 듯 선고가 끝난 후에도 굳은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겨우 대심판정을 떠났다. 석동현 변호사는 마지막까지 일어나지 못하다가 도태우 변호사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윤 전 대통령 측이 다 빠져나간 후에도 대심판정 안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다가 단체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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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선고에 엇갈린 시선…국회 측은 재판관, 윤 측은 허공[尹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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