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부동산 스터디 나오며 '임장족'↑
집주인 분통 "시간 들이고 기분 상해"
공인중개사도 난감 '실수요자 놓칠라'
![[서울=뉴시스] 한 포털 스토어에 올라온 임장 클래스 상품. (사진=네이버 스토어 캡처) 2024.11.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11/20/NISI20241120_0001708080_web.jpg?rnd=20241120111347)
[서울=뉴시스] 한 포털 스토어에 올라온 임장 클래스 상품. (사진=네이버 스토어 캡처) 2024.11.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본인들은 발품 팔아 학습을 한다지만 집을 보여주는 매도인과 소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시간만 허비할 뿐이에요."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임장크루'(임장족)으로 보이는 매수자를 안내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예비 신혼부부라고 했지만 시시콜콜한 것까지 묻기만 할 뿐 집을 사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물건과 주변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임장(臨場)을 단체로 도는 임장크루에 대한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도 임장을 다니는 공부모임, 동호회는 있었지만 1~2년 새 단체 유료 임장 서비스가 나타나면서 버스를 대절하거나 단체로 강남권이나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부동산을 다니며 입지를 둘러보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온라인 스토어에는 월 2~3만원대의 최저가부터 8~10만원대의 고가 임장 클래스 상품을 찾아볼 수 있다. 임장 클래스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임장이 아니다'라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임장 클래스 후기를 보면 '임장 파트너'와 함께 2인1조로 다니며 중개업소를 통해 매물로 나온 집 안까지 둘러봤다는 내용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다는 시간보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누가 봐도 구경 온 분들 같아서 기분이 매우 별로였다"는 하소연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기에 "임장크루를 데려온 부동산은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도 그런 사람은 잘 걸러줘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30대 A씨도 지난해 집을 내놓았다가 임장 크루로 보이는 방문객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화장실 수압을 체크하고 사진까지 찍어 갔는데, 중개업소에서는 임장족인 것 같다고 하더라"며 "주말 약속까지 비워두며 기다렸는데 시간만 낭비했다"고 토로했다.
공인중개사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가짜 손님이 늘면서 진짜 실수요자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루에도 3~4팀에서 많게는 10팀 이상의 임장 크루가 방문해 이를 걸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장크루도 기초 지식을 갖고 오다보니 첫 인상만으로 실제 매수자인지 아닌지 걸러내기가 쉽지는 않다"며 "자칫 넘겨짚었다가 실수요자를 놓칠 수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임장 클래스 운영 업체에 자제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최근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집을 사지도 않으면서 공부 목적으로 임장을 다니는 것은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며 "절충안으로 임장 수수료를 일정 금액 책정해 받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정한 임장 보수를 받되 실제 해당 지역 중개업소에서 매매 계약을 한 실수요자에게는 중개 수수료에서 지출했던 임장비를 공제해 돌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