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시기 사회교리 기틀 마련한 13세
교회사 최초 '대(大)' 칭호 받은 레오 1세
![[바티칸=AP/뉴시스] 사진은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2025.05.08.](https://img1.newsis.com/2025/05/09/NISI20250509_0000320723_web.jpg?rnd=20250509025129)
[바티칸=AP/뉴시스] 사진은 8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2025.05.08.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제267대 교황명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즉위명으로 '레오'를 선택하며 이 교황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00년이 넘는 가톨릭교회 역사 속에서 264명의 교황이 총 84개의 교황 이름을 사용했다.
이 중 레오는 모두 14번 선택되며 요한(21), 그레고리(16), 베네딕토(15)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쓰인 이름이었다. 클레멘트(14)와는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톨릭에서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레오라는 이름은 과거 13번이나 쓰였지만, 레오 14세가 등장하기까지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가장 최근의 ‘레오’였던 레오 13세는 1878년부터 1903년까지 재위하며 25년간 교황직을 수행, 교회사에서 네 번째로 긴 재위 기록을 남겼다.
레오 13세는 1891년 발표한 최초의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빈곤과 사회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 국가의 역할 등을 조명하며 가톨릭 사회교리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3세는 교회의 사회 참여와 현대화를 이끈 교황으로 기억되며, 이번에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같은 이름을 택한 배경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CNN은 "레오 14세가 이 이름을 선택한 것은 그가 지향하는 교황직의 우선 과제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나탈리아 임페라토리 리 맨해튼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도 AP통신에 "레오라는 이름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깊은 헌신을 상징한다"며 "이번 교황은 로마에서 새로운 형태의 미국 가톨리시즘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롭다"고 말했다.
역대 레오 교황들 가운데는 가톨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도 있다.
5세기의 레오 1세는 훈족의 침공을 외교적으로 막아낸 업적과 함께 교리를 정립한 공로로 교회사 최초로 '대(大)'라는 칭호를 받은 교황이다.
11세기의 레오 9세는 성직 매매에 반대하며 중세 교회 개혁의 중심에 섰던 인물로 꼽힌다.
한편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레오 14세 교황은 환호하는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바랍니다(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이탈리아어로 첫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같은 인사를 스페인어로 반복했고, 전통에 따라 전 세계를 향한 첫 사도적 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는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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