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전세사기, 사회초년생 덮치다…피해자 80% '2030'[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⑤]

기사등록 2025/06/21 06:00:00

최종수정 2025/06/21 08:34:24

3년간 서울 전세사기 피해 8176건 발생

2030에서 6500건 피해…대다수 사회초년생

전세자금 보증보험 대위변제액도 증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전세사기 늪(1부)

최근 3년간 서울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부동산, 대출 관련 지식이 부족한 2030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져 피해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세입자의 노력만으로는 범죄를 피해가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보증보험 외에 구제 방법이 사실상 없어 사회초년생들의 피해를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전세사기 10건 중 8건은 2030"…첫 독립, 덫이 되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약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 인정 건수는 8176건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29세 2191건 ▲30~39세 4307건 ▲40~49세 1107건 ▲50~59세 360건 ▲60세 이상 211건이었다. 전체 피해 인정 건수 중 2030 사회초년생에서 발생한 건수는 총 6498건으로 전체의 79.4%에 달했다.

이처럼 최근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사기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자금 보증보험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1억원에서 ▲2022년 9241억원 ▲2023년 3조5545억원 ▲2024년 3조 9948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경험 부족·정보 비대칭 노린 수법… 진화하는 전세사기

전세사기는 주로 정보 비대칭, 경험 부족, 경제적 여건의 한계를 파고든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2030 청년들은 통상 주거 정보를 부동산 중개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정확한 등기부 등본 열람이나 건축물 대장 확인 절차에 익숙하지 않아 깡통전세, 이중계약, 불법 전대차 등 교묘한 전세 사기를 판별해낼 여력이 부족하다.

그 사이 전세사기 유형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으로는 무자본 갭투자 및 돌려막기 방식이 꼽혔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비롯해 부동산중개업자 등에 대한 수수료, 등기비용까지 사용하는 동시진행방식, 무권대리인이 전세금을 교부받은 허위임대인 사기, 임대할 권한이 없는 신탁부동산 임대 방식 등 다양화·지능화됐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인 20대 직장인 A씨는 "보증금을 반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믿었다"며 "알고 보니 깡통전세였음에도 안전한 방이라고 임대인이 부동산에게 허위 사실을 말하게 해 전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음에도 사회초년생 등 38명의 세입자들로부터 전세보증금 합계 51억원 상당을 수수한 임대사업자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2018년부터 자기 자본금을 거의 들이지 않고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권 채무와 세입자들의 임대차보증금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3년 동안 무려 건물 6채를 매수했다.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언제든지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인 고의 입증 어려워…피해자 인정 받기도 '별 따기'

청년층은 보증금 전액을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한 번의 피해가 단순한 금전 손실을 넘어 장기적인 신용 훼손과 심리적 충격으로 이어진다. 악덕 임대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떼인 사회초년생 세입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으며 문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대응책은 미온적이다.

현재까지 피해자들은 계약 전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 등 보호 절차를 알지 못해 사기 피해를 입더라도 보증금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정부가 도입한 전세사기 방지 앱이나 사전 점검 서비스는 대부분 사후적이어서 이미 피해를 입었을 때는 보증금 회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일반 사기와 비교해 명백하게 편취 고의를 증명하기 어려워 피해자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금융지원, 주거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원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임대인이 '정상 계약이었다'고 주장하면 기망 행위에 대한 고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임차인이 밝혀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경찰의 수사를 거쳐야 한다"며 "과거의 경우 경찰에서 수사를 개시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피해자 지위를 인정해줬으나 최근에는 검찰에 송치할 정도로 혐의가 입증돼야 한다는 기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가 진행돼 혐의를 입증하기까지 1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제대로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피해자 지위를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 신청을 시도조차 해볼 수 없어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교묘한 전세사기, 사회초년생 덮치다…피해자 80% '2030'[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⑤]

기사등록 2025/06/21 06:00:00 최초수정 2025/06/21 08:34: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