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형태, 시기 확정 안 돼…기간도 불명확
日, 미래 투자 약속하고 관세 인하 실익 얻어내
"진지한 무역 발표 아닌 선거철 환상적 주장"
![[서울=뉴시스]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에서 향후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기간이나 방법 등이 뚜렷하지 않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23/NISI20250723_0001900944_web.jpg?rnd=20250724161201)
[서울=뉴시스]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에서 향후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기간이나 방법 등이 뚜렷하지 않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일본이 미국과 무역 합의에서 향후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기간이나 방법 등이 뚜렷하지 않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4일(현지 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과 일본 정부 모두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핵심 세부 사항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우선 미국 쪽 설명에 따르면 투자 사용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정한다. 이익 90%는 미국에, 10%만 일본에 돌아간다.
백악관은 설명자료에서 대미 투자가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핵심 광물, 의약품, 조선 등 미국이 추진하는 핵심 산업 기반 재활성화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기금 조성 방법이나 기간 등은 명확하지 않다.
백악관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형태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이 자금을 투입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우선순위 분야에 투자를 지시하는 일종의 투자 차량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 조성 방법도 구체적이지 않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투자 기금이 국제협력은행, 일본무역보험 등의 저리 및 장기 대출, 리스크 보증 등을 통해 조성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등 일본 대표단과 협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재팬 인베스트 아메리카' 패널에는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가 4000억 달러로 출력됐지만, 수기로 5000억 달러로 수정된 정황이 보인다. 이후 발표에선 5500억 달러로 더 늘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갈무리) 2025.07.24.](https://img1.newsis.com/2025/07/24/NISI20250724_0001901657_web.jpg?rnd=20250724111424)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등 일본 대표단과 협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재팬 인베스트 아메리카' 패널에는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가 4000억 달러로 출력됐지만, 수기로 5000억 달러로 수정된 정황이 보인다. 이후 발표에선 5500억 달러로 더 늘었다. (사진=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갈무리) 2025.07.24.
투자 규모를 정한 과정도 다소 즉흥적이었다.
양측 협상단은 당초 대미 투자 규모를 4000억 달러(550여조원)에 합의하고, 수익 절반만 미국 정부에 기여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펜으로 숫자를 지우고 5000억 달러로 수정했으며, 최종 발표에는 5500억 달러로 명시했다. 미국 정부가 가져가는 수익 비율도 90%로 크게 늘렸다.
5500억 달러는 지난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일본의 지난해 기준 누적 투자액이 7540억 달러(약 1040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규모다.
이 때문에 5500억 대미 투자는 구체성이나 현실성 있는 약속이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합의 성과 과시를 위한 수사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켄터키=AP/뉴시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제조 공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DB) 2025.07.25.](https://img1.newsis.com/2024/12/13/NISI20241213_0001704589_web.jpg?rnd=20241213074839)
[켄터키=AP/뉴시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 제조 공장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DB) 2025.07.25.
수익 90%가 미국에게 돌아간다는 발언도 모호하다.
가령 일본 자동차 기업이 미국 내 공장 신설에 투자할 경우, 공장 건설을 수주하는 미국 건설업체에 흐르는 자금이 모두 미국 수익으로 계산될 수 있다.
이를 종합할 때 일본으로선 불확실한 미래 약속을 대가로 관세 인하라는 현재의 이익을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최대 협상 쟁점은 자동차 관세 인하였는데, 이번 합의에서 자동차 최종 관세율을 25%에서 15%로 크게 낮췄다. 북미 자동차 업체가 부담하는 관세보다 낮아 미국 업계에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 예고한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확약까지 받아냈다.
싱크탱크 메르카투스 센터의 베로니크 드 루지 선임 연구원은 메모에서 "일본이 미국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인들이 이익 90%를 받는다는 모호한 약속은 진지한 무역 발표라기보단 선거 유세에 더 적합한 환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다음 달 1일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미국과 무역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40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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