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한기평 보고서 발간
"소액주주 우선시 신용도 저하 요인"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사의 충실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 상법이 주주 친화적 경영을 유도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편 채권자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상법 개정의 기업 신용평가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소액주주 이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상법 개정으로 채권자보다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기업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단 점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요인"이라며 "신용평가 관점에서도 기업 의사결정으로 인해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용도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 상법은 22일자로 공포됐으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포함한 2차 상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해 총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의 경영·재무전략 변화가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례로 보고서는 배당 확대를 꼽았다. 주주친화적 경영 유도와 배당 촉진 세제 개편으로 기업의 배당 성향이 상승하면 부채 비율, 차입금 의존도 등 레버리지 지표 저하에 따른 재무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 반발로 인한 유상증자 위축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 신종자본증권 등 대체자본 활용 증가에 따른 자본의 질적 저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친화적 경영으로 기업 가치가 제고되고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 개선이 기대되는 점은 긍정 평가했다.
김경무 한기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신용등급에 상응하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주친화적 경영이 병행되는지 여부가 신용도 방향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해충돌 사례를 통해 주주와 채권자 간 적절한 이해관계 조정에 관한 모범적인 관행과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24일 채권자 관점에서 최근 상법 개정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형욱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기업 거버넌스 개혁은 소수주주뿐 아니라 채권자 보호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주주 친화적 경영·재무전략으로의 변화가 채권자 지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의 자기자본, 즉 '이익 유보를 통한 유사시 손실 흡수 능력'의 감소를 의미하게되므로 이것이 과다할 경우 채권자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된다"며 "주주지분의 희석 효과를 우려해 유상증자,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등 자본확충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러한 재무적 유연성의 약화 역시 채권자 입장에서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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