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이어 한국인 감금 피해자 없는 지 주목
홍콩인 억류자들, 미국 시간대 맞춰 주로 고령자에 사기
감금 중 다리 골절·채찍질·전기 충격 등 처벌, 자살 사례도
![[미야와디=AP/뉴시스] 미얀마 군부가 19일(현지 시간) 제공한 사진에서 군인들이 카렌주 미야와디 마을 KK 파크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 관영 매체는 "군부가 미얀마-태국 국경 인근 'KK 파크'에서 작전을 벌여 중국인 사기단을 체포하고 스타링크 수신기 등을 압수했다"라고 보도했다. 2025.10.21.](https://img1.newsis.com/2025/10/21/NISI20251021_0000730701_web.jpg?rnd=20251021110755)
[미야와디=AP/뉴시스] 미얀마 군부가 19일(현지 시간) 제공한 사진에서 군인들이 카렌주 미야와디 마을 KK 파크에서 온라인 사기 범죄 단속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 관영 매체는 "군부가 미얀마-태국 국경 인근 'KK 파크'에서 작전을 벌여 중국인 사기단을 체포하고 스타링크 수신기 등을 압수했다"라고 보도했다. 2025.10.21.
[서울=뉴시스]구자룡 기자 = 캄보디아에 이어 미얀마에서도 취업사기·감금 등을 자행하는 스캠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미얀마 ‘사기 농장(scam factory)’에서 탈출한 두 사람의 홍콩인 에릭(30)과 20대 낸시의 증언과 고발을 자세히 다뤘다.
캄보디아에서와 같은 피해 사례가 미얀마에서는 나타나지 않을지 ‘사기 농장’ 등에 감금된 한국인은 없는지 주목된다.
SCMP는 이날 미얀마의 ‘사기 농장’ 강제 수용소에서 탈출한 홍콩인 2명의 증언을 통해 감금과 전화 사기 강제 노동을 당한 사례를 전했다.
‘친구’ 소개로 태국에 갔다가 미얀마 ‘사기 농장’에서 6개월
낸시는 “죽음보다 더 나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낸시는 ‘친구’가 태국에서 국경간 구매를 하는 일자리를 추천해 주어 갔지만 태국을 거쳐 이웃 미얀마의 사기 농장으로 끌려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부유한 고령의 미국인을 표적으로 일확천금의 계획부터 가짜 온라인 연애까지 온갖 방법으로 사람들을 사기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미얀마의 사기 농장에 갇혔던 에릭도 태국에서 빨리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았다.
도망칠 수 있었던 운 좋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여긴 두 사람은 여전히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들이 겪은 곤경과 사기 농장의 운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털어놨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시간대 맞춰 전화로 사기, 성과 따라 보상도
에릭의 말에 따르면 사기꾼 한 명당 휴대전화 4대와 컴퓨터 1대가 제공되어 틴더와 틱톡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해 ‘잠재 고객’과 연결하고 표적을 찾았다.
그들의 일일 핵심 성과 지표(KPI)는 소셜미디어 앱 연락처에서 두 개의 새로운 전화번호를 얻는 것이었다.
낸시 같은 신입 직원은 초기 접촉과 연결 구축을 담당했고 실제 사기는 상급 직원이 맡았다고 한다.
성공하면 상당한 보상이 따르는데 피해자에게서 1만 달러를 사기하면 1만 위안을 벌 수 있다.
‘우수한 성과’로 그룹 리더로 승진하면 약 6명의 주니어를 관리하고 팀의 사기 할당량에 대한 책임을 맡는다.
그룹 리더는 월 1만 위안 이상의 고정 급여에 추가 수당을 받지만 팀원들의 목표 달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룹 리더 위에는 운영을 감독하는 관리자가 있다.
“양심과 생존 욕구 사이에서 갈등”
그녀는 “나의 사기 목표 중 한 명인 사진작가는 두 번이나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진심이고 친절한 척하면서 다시 사기를 쳤다”며 “살아남는 것 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단 한 건의 성공만 거두었다고 말했다. 낸시는 경험이 부족해 이후의 사기에는 연루되지 않았고 자신이 얼마나 벌었는지 조차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낸시는 의족을 착용한 한 남자가 강제로 노동에 시달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 남자는 조직원들에게 벌로 구타당해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이다.
그녀는 절망감과 혹독한 처벌을 견디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자살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구타 외에도 채찍질, 전기 충격, 검은 곰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등 다른 일반적인 처벌 유형도 있었다.
낸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뒤 손이 매달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이 묶인 채 어두운 방 안에 발이 바닥에 거의 닿지 않은 채 매달려 있었다”며 “벗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매일 밤낮으로 울었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동남아시아에 갇힌 홍콩인들의 가족을 돕고 있는 전직 구의원 앤디 유 탁포가 7월에 출판한 책 ‘탈출구는 없다: 사기의 장막 뒤에 숨은 현대 노예제’에 따르면 집단 강간을 포함한 상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훨씬 더 많았다고 SCMP는 전했다.
에릭과 낸시는 호스텔과 비슷한 기숙사에 머물렀는데 한 방에서 8명이 살았다. 에릭은 홍콩, 중국 본토, 대만, 말레이시아 출신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탈출하다 붙잡히면 가혹한 처벌
사기 농장에는 기숙사 외에도 고급 빌라와 카지노, 심지어 지역 매춘부들이 일하는 매음굴 같은 오락 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에 따르면 탈출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람은 피부 화상을 포함한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에릭은 “한 남성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피부가 타들어 갔다. 의식을 잃을 때쯤 물을 부어 깨어났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사기꾼들은 사기 농장에 있는 노래방이나 여가 시간에 매음굴이나 카지노 방문 등 더 다양한 오락을 즐겼다고 에릭은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곳의 삶을 좋아해서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같은 나라의 무법 지대에서 운영되는 사기 농장의 냉혹한 현실은 올해 초 중국 본토 배우 왕싱을 구출하는 등의 유명 사건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상사의 호의를 사서 비밀리에 휴대전화 이용, 구출 요청
에릭은 상사의 감독을 느슨하게 하기 위해 친구로 지내려고 했고 그 후 비밀리에 직장 휴대전화를 사용해 도움을 요청하고 가족에게 연락했다.
에릭은 중개인의 도움과 수많은 논의 끝에 가족이 20만 홍콩달러가 넘는 몸값을 지불한 후에 사기 농장을 떠날 수 있었다.
농장을 떠난 뒤에도 태국으로 이틀간의 트레킹을 했으며 폭우 속에서 도보로 강을 건너고, 불도저를 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에릭은 자신이 머물렀던 사기 농장에 약 8000명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낸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어떻게 탈출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사기 농장에서 벗어난 뒤에도 낸시는 때때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