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포고령 이어 비상입법기구도 김용현에 책임전가
영장심사 판사 거듭 질문에도 "기억 나지 않는다" 회피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5분간 최후진술을 한 윤 대통령에게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 계엄 선포 이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할 의도가 있었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질문은 약 4시간50분 동안 진행된 심사 중 차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정말 계엄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대충 선포하고 국회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고 순순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 포고령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과거 계엄 포고령을 베낀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긴 데 이어 비상입법기구마저도 김 전 장관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 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무회의에서 계엄과 관련된 예비비 등 재정자금을 확보하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을 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공소장에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최 권한대행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고금, 지원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완전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인지, 정확히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등 차 부장판사의 거듭된 질문에도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날 새벽 2시50분께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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