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공백 '심각'…"24시간 응급진료 수련병원 40%뿐"

기사등록 2025/02/02 06:01:00

최종수정 2025/02/02 10:32:24

산과교수 1~2명 의존 수련병원 63%

외과 소아수술, 수련병원 절반 불가

"필수의료 살릴 파격적 지원책 필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9월 11일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4.09.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9월 11일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4.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소아 외과 수술은 수련병원 중 절반에서, 수도권에선 절반 이상이 불가능했다. 정부가 현재 고3이 대입을 치르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월 중 확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인력 부족과 인력 분포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시작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을 계기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8~11월 정책 연구를 진행한 결과 전공의 지원 급감과 의료 인력 유입의 단절 위기가 가장 심각한 진료과는 소아과였다.

소아과는 전공의가 병동과 중환자실 진료에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교수와 지도전문의의 당직에 의존하며 버텨오고 있다. 김지홍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응급·신장·중환자 진료 분야에서는 진료에 필요한 전문의 인력 충원율이 50%에도 못 미쳤다"면서 "또 수련병원의 중환자 진료 능력은 '기계환기요법(중요한 장기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가스 교환을 유지)' 기준으로 약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전체의 40%에 그쳤고, 권역응급의료센터조차 전체의 48%만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해 중증 고난이도 진료 공백이 심각했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상황이 더욱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만성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연령 가산의 범위를 늘리고 가산율을 최소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가산을 초진에서 재진까지 확대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 불가항력적 사망사고를 포함하는 정부지원 보험 제도와 의료계의 자문에 근거한 필수의료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의 산부인과 현황 조사 결과 산모의 고령화, 시험관 시술 증가로 인한 다태아 임신 증가 등으로 고위험 임산부가 늘고 있지만 분만 인프라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 등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 부족과 분만 기피 현상으로 분만 기관은 65% 줄었고, 전국 250개 지자체에서 분만 병원이 없는 분만 취약 지구가 63곳에 달했다.

전국에 산과(모체태아의학) 전문 교수는 총 129명에 불과해 대학병원에 산과 전문 교수가 아예 없거나 1명 뿐인 곳이 30%를 넘어섰고, 총 69개 수련병원  산부인과 중 산과 교수 1~2명이 고위험 임산부와 태아 진료 및 교육을 24시간 담당하는 수련병원이 63%에 달했다.

산과 전문의 부족으로 고위험 산모들은 응급 진료 위기에 직면했다. 수련병원의 교수 중 72%는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당직을 6~10일 서는 경우가 전체의 62%에 달할 정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원인이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산부인과 수가 대폭 개선과 분만수가 재조정 및 포괄수가제(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상관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 변경, 의료 소송 국가 책임제, 산과 의료진 충원의 국가지원 및 근무 환경 개선, 지역별·권역별 당직근무제 등을 제안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해 3월20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 분만통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되던 30대 산모가 119구급대 대원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새 생명을 무사히 출산했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2024.03.21.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지난해 3월20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 분만통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되던 30대 산모가 119구급대 대원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새 생명을 무사히 출산했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2024.03.21. [email protected]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의 외과 현황 조사 결과, 자료를 수집한 수련병원 70곳 중 수도권에서 중환자 진료량이 26% 감소했고, 비수도권에서는 29% 줄었다. 대부분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 진료를 제한한 경우였다. 고난이도 수술 영역에서도 전체 수련병원의 77%(58곳)에서만 장기이식이 가능하다고 응답했고, 수술에 참여할 의사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소아 수술은 수련병원의 50%에서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수도권 병원 43곳 중 23곳(53.5%)에서 불가능하다고 밝혀 소아 수술 인프라 공백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외과학회는 수술 난이도와 장시간 수술에 대한 가산 지원(현재 수술 시간에 상관없이 동일 수가 적용), 수술, 입원, 대기시간 등을 충분히 반영한 보상을 통한 수가 체계 개선, 비급여 항목과 고비용 장비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지도전문의 교육지도 수당 및 인건비 지원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필수의료 정책연구 위원회가 수련병원 122곳 중 118곳의 자료를 취합해 내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내과 전공의들은 사직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기준 수련 중인 전공의는 총 129명이었고, 상반기 확보된 전체 전공의의 약 6.5%가 수련 중이다. 내과의 입원 환자 진료를 위한 교수 및 지도전문의 당직 운영 현황을 보면 월 3~4회 당직이 가장 많았고, 월 5~6회 당직이 뒤를 이었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월 5~6회 당직이 가장 많았다.

대한내과학회는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사직으로 심각한 진료 위기가 초래되고 있어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하고 전문의 가산 제도를 도입해 의료인력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는 "근거와 효과가 불분명한 대규모 의대정원 확대만을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고집하는 정부 대책은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근거없는 의사증원 기반 정책 추진을 재검토하고,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해 필수의료 소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소아과 공백 '심각'…"24시간 응급진료 수련병원 40%뿐"

기사등록 2025/02/02 06:01:00 최초수정 2025/02/02 10:32:2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