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병비 지출액 400만원대 추정
경제적 지원·간병 수요 대응책 필요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65세 이상 인구가 23.9%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부산에서 치매 형을 10년간 간병하던 60대 동생이 형을 살해하는 '간병 살인'이 발생했다. 간병비 지원 및 간병 수요 대응 등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친형인 A(70대)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B(60대)씨가 체포됐다.
B씨는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 온 형을 간병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형이 종종 실종되기도 해 B씨는 수차례 경찰의 도움을 받아온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같은 과정에서 B씨는 생활고까지 겪으며 결국 형을 살해하기까지 이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간병으로 인한 비극적 사건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초 경기 고양시에서도 80대 여성을 살해한 부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오랜 병환을 겪은 아내이자 어머니를 부양하며 긴 시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23.9%에 달하며 전국 특·광역시 가운데 노인 인구가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내 정확한 치매 노인 인구 수는 정확히 확인된 바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치매 유병률을 적용할 시 부산 65세 이상 인구 78만명 중 약 10%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돌보고 있는 간병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7%였던 간병비 인상률은 2023년 9.3%로 크게 올랐다. 한 달 간병비 지출액만 4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간병인 역할을 도맡고 있는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크게 호소하고 있다. 금액적 부담이 돼 요양기관의 힘을 빌리기도 여간 쉽지 않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간병 중인 김모(60대·여)씨는 "어머니를 돌보며 직장 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금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어떻게든 이겨낸다고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은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간병난'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경제적 지원책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일부 기초지자체를 제외한 부산시 주관 간병비 지원 사업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 시는 부산형 긴급복지지원 사업을 통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소득 기준과 지원 대상이 한정돼 있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경향을 고려한 간병 인력 수요 역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부산시의회에서는 부산이 외국인 간병인 제도를 시범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됐다.
시 관계자는 "노인 인구에 대한 돌봄 사업은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간병인을 위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며 "외국인 간병인 제도 역시 정부의 정책적인 방향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부산 내에서 실질적으로 하겠다는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간병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국가 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원철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가족을 돌보는 일은 말 그대로 인생을 갈아 넣는 일"이라며 "초고령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간병을 국가가 분담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는 체계를 강화해야 하고, 현재 마련된 치매 돌봄 제도를 가족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것 역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간병인 제도에 대해 정 교수는 "무분별한 도입은 또 다른 착취를 낳을 수 있기에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한의 교육, 언어, 인권 보호 없이 투입하는 것은 안 된다"며 "사람을 돌보는 일은 노동 이상의 윤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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