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성공에 마음 바꾼 트럼프

기사등록 2025/06/18 08:50:00

최종수정 2025/06/18 09:14:18

공격 시작 직후에도 협상 가능성 열어뒀으나

5일새 빠르게 입장 변화…벙커버스터 지원 고려


[미 에어포스 원=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일정을 단축, 워싱턴으로 조기 귀국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란 핵문제의 진정한 종식을 원하며, 이는 단지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만이 아니라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미 CBS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2025.06.17.
[미 에어포스 원=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일정을 단축, 워싱턴으로 조기 귀국하는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란 핵문제의 진정한 종식을 원하며, 이는 단지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만이 아니라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고 미 CBS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2025.06.1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까지도 이란과 핵협상을 중시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큰 성과를 내면서 태도를 돌변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미 폭스 TV가 이스라엘 공격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보도를 하자 트럼프가 자신도 공을 세우는 당사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한 지 5일이 지나는 동안 군사 공격과 거리를 두던 입장에서 공격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현재 트럼프는 이스라엘 전투기 급유 지원을 돕기로 했으며 이란 포르도 핵시설 파괴를 위한 3만 파운드 벙커버스터를 사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2개월 전 군사 공격을 배제하고 협상에 의한 해결을 강조하던 입장이 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중동 분쟁 개입 않겠다 공약하며 당선

트럼프는 중동 전쟁에 미국이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을 공약하면서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격을 강행하자 트럼프도 분쟁 확대에 동참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처럼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마지못해서라도 이란 공격에 동조할 것으로 판단했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며칠 전인 지난 8일 저녁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트럼프와 고위 보좌관들이 집결했다.

이 자리에서 존 래틀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스라엘이 미국이 동참하지 않아도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평가를 제시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개버드 DNI 국장은 주말 주방위군 복무 중이어서 불참했다.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이스라엘의 공격 강행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

캠프 데이비드 회의 다음날인 9일 트럼프가 네타냐후와 통화했다. 네타냐후는 이란이 이미 지상 병력을 투입했다면서 작전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창의적 군사 작전 계획에 감탄했다. 그는 통화 뒤 보좌관들에게 “우리가 도와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후에도 미국의 대응책을 결정하지 않고 갈등하면서 지난 주 내내 보좌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란 문제를 네타냐후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이란이 시간 끌기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보좌관들에게 네탸냐후가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트럼프 끌려올 것" 판단

이스라엘은 지난 연말부터 이란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헤즈볼라가 궤멸되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공역이 열린 것이 계기였다.

지난 2월 트럼프를 방문한 네타냐후가 이란이 조잡하지만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는 정보를 상세히 설명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외교가 성공하려면, 타격 준비가 되어 있어야 협상에 실제적인 압박이 실린다”고 설득했다. 또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란의 방공 시스템이 재건될 수 있다며 공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는 트럼프가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지명해 이란과 외교 협상에 집중하려던 때였다.

이란도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외교 협상에 응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결국 트럼프가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내는 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는 서한이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합의를 원한다”는 요지임을 자랑하곤 했다. 

4월 벙커버스터 지원 요청 거부

지난 4월부터 오만에서 협상이 시작됐고 미 정부가 지난달 말 이란에 서면 제안을 전달했다.

이란이 모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이란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이 원자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핵 발전을 공동으로 수행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동시에 트럼프는 군사적 대안을 유지하는 것이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이스라엘과 협의해 이란 핵시설 제거 작전 계획을 정비하도록 승인한 것이다.

네타냐후가 지난 4월 급히 미국을 방문해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외교 협상에 주력하던 트럼프가 네타냐후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후 미국은 네타냐후가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미 정보기관 미 반대에도 이스라엘 공격 강행 판단

그러나 이스라엘은 공격 계획을 빠르게 진전시켰다.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빠르게 비축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다.

지난달 말 미 정보기관들이 네타냐후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것이라는 판단을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지난 4일 하메네이가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고 트럼프가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트럼프와 보좌관들이 다시 캠프 데이비드에서 비공개 회의했다. 당시 트럼프는 공식적으로는 외교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와 참모들은 이미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것임을 알고 있는 때였다.

트럼프는 12일 저녁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함께 이스라엘의 공습을 지켜봤다. 그때까지도 트럼프는 이란과 협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가 아닌 루비오 국무장관이 공습 이후 미 정부의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미 정보기관이 이미 정보 지원을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과 거리를 두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면서 트럼프의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성공에 "나도 역할했다" 강조

지난 13일 아침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폭스 뉴스를 본 트럼프가 자신도 공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듯했다. 기자들과 통화하면서 자신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비공식적 역할을 했음을 암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측근들에게는 이스라엘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지난 16일까지 위트코프 특사, 나아가 밴스 부통령을 이란과 협상에 파견하는 방안도 열어 두고 있었다.

그러나 17일 새벽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급거 귀국하던 트럼프는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으나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공개 증언을 반박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 단계에 매우 근접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중도 귀국하는 시점에 트럼프는 협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모습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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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성공에 마음 바꾼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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