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의 온상' 퇴직금, '퇴직연금 의무화'로 해결될까

기사등록 2025/06/25 05:00:00

최종수정 2025/06/25 05:28:25

고용부, 최근 국정기획위에 퇴직연금제도 개선안 보고

2023년 임금체불액 38% 퇴직금…퇴직연금 일원화 추진

퇴직연금공단 신설하고 특고·플랫폼 가입 추진도 검토

대상 '1년 이상'→'3개월 이상'으로 바꾸는 안도 '만지작'

노동계 "방향성 환영"…재계 "중소사업장 어려울 가능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을사년 새해 첫 평일 출근일인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01.0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을사년 새해 첫 평일 출근일인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5.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퇴직연금 의무화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방안은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 의무화에 공적연금화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퇴직 시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 아닌 매달 사외에 적립하는 퇴직연금 의무화로 매해 전체 임금체불액의 40%에 달하는 퇴직급여 체불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퇴직연금 의무화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제도 개선방안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임금체불액 38%는 퇴직금…사업장 규모별로 나눠서 연금가입 의무화하고 공단 설립 검토

퇴직급여는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년 이상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급여다. 지급금액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한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이다.

현행 법상 퇴직급여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로 나뉜다. 퇴직금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적립했다 근로자 퇴사 시 지급하는데, 이 때문에 체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퇴직연금은 회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사외 운용기관에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체불 우려가 적다. 고용부가 윤석열 정부 때부터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리뷰 2025년 4월호에 실린 '퇴직급여 체불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고용부에 신고된 퇴직급여 체불 총액은 전체 체불액(1조7845억원)의 40%에 달하는 7289억원이었다. 이 중 퇴직금 체불액은 6838억원, 퇴직연금 체불액은 452억원이다. 퇴직금 체불만 전체의 38%에 달한다.

다만 2005년 제도 도입 후 20년이 지났음에도 도입 사업장이 26.4%(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규모별로 봐도 지급여력이 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91.7%에 달하는데 반해 5인~29인 소규모 사업장은 41.4%에 불과했다.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은 10% 내외다.

이에 고용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에 퇴직금제도를 없애고 퇴직급여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한번에 의무화할 경우 중소영세기업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300인 이상 ▲100인~299인 ▲30인~99인 ▲5인~29인 ▲5인 미만 사업장 등 5단계로 나눠 순차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공단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공적연금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퇴직급여 수급 기준인 계속근로기간 1년을 3개월로 줄이는 내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5월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하는 동안 한 배달라이더가 헬멧을 착용한 채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2025.05.21. xconfind@newsis.com
[인천=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5월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연설하는 동안 한 배달라이더가 헬멧을 착용한 채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 2025.05.21. [email protected]

또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종사자들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담긴 내용으로, 이 대통령은 당시 이들을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에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용부는 국정기획위에 푸른씨앗에 개인형 퇴직연금(IRP) 제도를 도입하고,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노동계 "개편 방향성 환영"…재계는 우려의 시선

그동안 임금체불 근절 방안으로 퇴직연금 의무화를 주장해왔던 노동계에서는 제도 개편 추진에 환영하는 모양새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의무화를 원칙적으로 환영하며 공단 설립을 통한 공공성과 안정성 보장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계속근로기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1개월 이상 근로한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 역시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과 체불 방지를 위해 퇴직연금 의무화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동의를 하고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도 가입 대상으로 하는 것 역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큰 틀에서는 의무화가 맞는 방향이지만, 자칫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급권 보장을 위해 강제적 의무화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퇴직금 제도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의 주된 이유가 재무부담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유예 기간을 준다고 해서 갑자기 재무 여력이 더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노민선 중소기업벤처연구원 연구위원도 "근로자의 노후소득을 좀 더 두텁게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영세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급기준을 계속근로기간 3개월 이상으로 단축하게 되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아직 검토 중이며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부는 전날(2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체불의 온상' 퇴직금, '퇴직연금 의무화'로 해결될까

기사등록 2025/06/25 05:00:00 최초수정 2025/06/25 05:28:25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