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모험자본 경쟁력 제고…53조 유입 효과 기대
벤처·혁신기업 공모펀드 'BDC'…민간 투자 활성화 명과 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정부 정책에 맞춰 자본시장도 '모험자본 공급'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증권사의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 제도를 손질하고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진행 중인데, 현재 자격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모두 승인이 난다면 약 53조원의 자금 공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 통과로 한발 가까워진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도 민간 자금의 모험자금 공급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IMA·발행어음 인가 신청에 대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IMA와 발행어음은 개인 등 고객에게 자금을 조달한 뒤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지급을 약속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발행어음은 일정한 수익률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상품이며, 이르면 연말 첫 출시를 앞두고 있는 IMA는 고객에게 투자 수익까지 공유해주는 보다 적극적인 상품이다.
금융당국이 2017년 제도 도입 후 유명무실했던 IMA 제도를 다시 손질하고 발행어음 심사를 수년 만에 재개한 이유는 '모험자본 공급 기능 강화' 때문이다.
금융위는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비중은 내년 10%,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여기서 모험자본이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 신기사·벤처캐피탈(VC), 코넥스 주식 등에 투자하는 자금을 말한다.
대신 부동산 투자 한도는 10%로 서서히 낮출 예정이다. 증권사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보다 생산적인 모험자본 투자로 돌린다는 구상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들이 IMA 인가 신청을 마쳤으며 발행어음에도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참여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자기자본 8조원 요건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 3분기 중 IMA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지금 신청한 증권사들이 모두 승인된다는 전제하에 기대되는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약 53조원이다. IMA와 발행어음 조달금액 한도는 둘이 합쳐 자기자본의 300%까지(발행어음은 200%)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부동산에 편중된 증권사들의 자금을 모험자본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증권사가 본연의 기업금융 역할을 책임 있게 이행하도록 하고 신성장 산업 육성과 자본시장 역동성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간 자본의 벤처 투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BDC 도입의 핵심은 '공모시장에서의 벤처 투자 활성화'다. 그간 벤처 투자는 제한적인 정보 접근성, 투자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배제된 기관 플레이어들만의 영역이었다. BDC는 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 형태다.
아직 구체적인 구상이 나온 건 아니지만, BDC는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운영을 위해 5년 이상 폐쇄형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거래소 시장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의 회수는 용이하게 했다.
BDC 도입은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대규모 민간 자본을 벤처 투자에 공급해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에게도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2018년게부터 협회를 중심으로 BDC 도입을 당국에 요구해왔다.
그간 필요성보단 위험성 우려가 커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입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무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된 만큼 남은 국회 논의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목적 달성을 위해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있다. BDC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회수' 시장이 잘 마련돼야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부동산 공모펀드들은 수익증권 형태로 거래소에 상장됐지만 사실상 거래량이 없어 투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시장이 없었다.
또 운용 주체인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충분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춰야 하는 부분도 과제로 남아있다. 자칫 기관투자자들이 엑시트하고 나가 사모시장에서 받아주지 않는 물량이 공모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단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모험자본 공급을 장려하면서도 일반 투자자와 선수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한다"며 "BDC 도입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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