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내 HIV 감염인 차별 사례 多
51.9% "5년간 한가지 이상 차별 받아"
"감염 예방하는 PEP 접근성 강화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과 편견 종식을 위한 RED 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패널인 손문수 KNP+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 손문수 KNP+ 대표, 김승환 신나는센터 상임이사, 이종현 공공소통연구소장. 2025.09.10. yes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9/10/NISI20250910_0020968492_web.jpg?rnd=20250910121114)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과 편견 종식을 위한 RED 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패널인 손문수 KNP+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형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 손문수 KNP+ 대표, 김승환 신나는센터 상임이사, 이종현 공공소통연구소장. 2025.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엄지손가락이 잘려 응급실을 찾았지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해 13시간 이상 돌아다닌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의료 전반에 걸쳐 차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손민수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대표는 지난 10일 'HIV 차별과 편견 종식을 위한 RED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현실을 토로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IV 감염인들은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인한 우울감으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겪는 차별적 경험이 이들의 좌절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HIV는 인간의 면역계를 공격해 손상시키는 바이러스다.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 등을 통해 전파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HIV와 다른 질환이다. 에이즈는 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나타나는 면역 결핍 증후군이다.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는 아니며, 조기 진단 및 치료 시 에이즈로 이행되지 않는다. 약제 복용을 통해 혈액 검사상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바이러스 활동이 억제되면 타인 전염 가능성도 사라진다.
꾸준한 약물 복용과 정기적인 치료만으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간주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기관 내에서도 의료진들의 에이즈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나 부정확한 인식 등이 파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KNP+와 HIV 감염인 단체 러브포원이 지난해 시행한 'HIV 감염인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HIV 감염인 799명 중 47%가 병원을 우호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했다.
지난 5년간 ▲병원에서 별도의 기기나 공간 사용 ▲병원 직원의 수군거림 ▲채혈실 직원의 부정적 태도 ▲협진 시 의료진의 부정적 태도 ▲수술 또는 시술 거부 등을 하나 이상 경험한 비율은 51.9%에 달했다.
손 대표는 "HIV 감염인 진료를 볼 때 김장 비닐을 깔고 하거나 유난스럽게 소독하고 장갑을 끼는 등 의료기관에서 차별하는 사례가 많다"며 "연합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례만 20여건이 넘고 60%정도 권고가 나왔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지난 4월 HIV 감염을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해당 의료기관에 직무교육 및 재발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의료 제공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진료(입원과 수술 포함)를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병력(病歷)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HIV/AIDS 관리지침' 등에 따르면, HIV 감염인을 진료하거나 수술 시에도 일반 환자와 동일하게 표준 주의 지침을 적용하면 충분하며 별도의 장비나 시설이 요구되지 않는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염성 질환 출혈 등 처치에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의료 현장에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점막 노출에 의한 감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문제가 되는 것은 주사침 노출"이라며 "주사침 찔림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70여시간 내 HIV 예방 약제를 복용하는 PEP(노출 후 예방 요법)를 시행하면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IV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이 아닌 경우엔 PEP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수술 거부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니 PEP 접근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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