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100주년…양자컴 초석 다진 석학 3인 노벨물리학상 수상(종합2보)

기사등록 2025/10/07 20:45:36

최종수정 2025/10/07 21:10:03

1925년 행렬역학으로 양자역학 태동…올해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

노벨물리학상 수상한 클라크·데보레·마티니스, 거시적 양자현상 발견

40년 전 연구로 노벨물리학상 수상 영에…양자역학 100주년 기념한 듯

[스톡홀름=AP/뉴시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2025.10.07
[스톡홀름=AP/뉴시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 2025.10.07
[서울=뉴시스]윤현성 이재준 기자 =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양자 역학적 효과'가 발현될 수 있는 시스템의 크기라는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에 답을 제시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양자역학 100주년을 맞아 양자를 활용한 신기술의 문을 연 이들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 크기의 전기 회로에서 양자 역학적 터널링과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를 입증함으로써 양자 물리학이 미시 세계를 넘어 거시 세계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미래 기술의 기반을 다졌다는 성과를 인정받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7일 존 클라크 캘리포니아대 교수, 미셸 데보레 예일대 및 캘리포니아대 교수, 존 마티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의 연구는 양자 역학적 특성을 거시적인 규모에서 구체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00년 역사의 양자 역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놀라움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념하게 해줬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양자역학은 1925년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발표하며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웠을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네스코 또한 양자역학 100주년인 올해를 '국제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노벨상위원회 또한 이같은 점을 고려해 양자역학 분야 석학들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시세계에 있던 양자 역학 거시세계로 끄집어내…사라지지 않는 '양자 역학적 효과'

양자 역학은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곧바로 통과하는 터널링 현상 등의 현상을 허용한다. 그러나 물리학계에서는 입자의 수가 많아지고 시스템의 크기가 커질수록 이러한 양자 역학적 효과는 일반적으로 미미해지거나 소멸된다고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양자 역학이 적용될 수 있는 시스템의 최대 크기에 대한 탐구는 물리학의 핵심 과제였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이러한 거시적인 한계를 돌파해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크기의 시스템에서도 양자 역학의 작동 원리를 명확히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양자 역학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되는 미시 세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직관과 상식을 벗어난, 극도로 작은 입자들의 세계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양자 역학의 법칙이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를 넘어 손으로 들 수 있는 크기로,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까지도 양자 역학은 극도로 작은 미시 세계에서만 일어난다는 인식이 많지만 이미 40년 전에 이같은 관념이 깨졌던 셈이다.

수상자들은 지난 1984~1985년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전자 회로를 활용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물질이다. 특히 수상자들이 활용한 핵심 요소는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 불리는 특수한 구조였다. 실험에서 활용한 회로에서 초전도 부품들은 얇은 비전도성 물질층으로 분리돼있었는데, 이것이 조셉슨 접합 구조라고 지칭된다.

수상자들은 회로의 다양한 특성을 정교하게 조절하고 측정함으로써 전류가 통과할 때 발생하는 현상들을 제어하고 관측했다. 그 결과 회로 내에서 초전도체를 통해 움직이는 하전 입자들은 마치 전체 회로를 채우는 하나의 거대한 단일 입자처럼 행동하는 시스템을 구성했다.

이 거시적 입자 시스템은 전류는 흐르지만 전압은 없는 '제로 전압 상태(zero-voltage state)'에 놓여 안정적으로 유지돼 있었다. 마치 넘어갈 수 없는 방벽 뒤에 갇힌 것과 같은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수상자들의 실험에서 이 시스템은 터널링을 통해 제로 전압 상태를 탈출하는 양자적 특성을 보였다. 시스템의 상태가 변하자마자 전압이 나타나면서 거시적 시스템에서도 양자 역학적 효과가 발생함을 입증하게 됐다.

더 나아가 수상자들은 시스템이 양자 역학의 예측대로 양자화돼 있다는 사실까지도 입증했다.

'양자화됐다'는 것은 시스템이 임의의 에너지가 아닌 특정하고 정해진 양의 에너지만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는 의미다. 마치 계단처럼 특정 높이에서만 에너지를 가질 수 있으며, 그 중간에는 에너지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이 회로가 고전적인 물리 법칙이 아닌 양자 역학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40년 만에 거시적 양자역학 연구로 수상…양자역학 100주년 기념한 듯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현대 기술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수상자 발표 이후 올레 에릭손 노벨 물리학 위원회 의장은 "양자 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 등은 이미 확립된 양자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만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기존의 디지털 기술을 넘어선 차세대 기술 혁명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학계에서는 올해 수상자들이 이미 40년 전 양자역학 분야의 핵심 연구 성과를 낸 만큼 클라크 교수 등 3명을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들로 여겨왔다.

노벨상은 그 상의 성격상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업적'에 수여되는데, 그만큼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와 영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와 함께 과학적 타당성 확인, 연구 성과의 광범위한 영향력, 기술적 실현 정도 등의 다양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성과를 낸 석학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노벨상은 매년 1번만 시상하는 만큼, 이들 3명이 유력 후보로 여겨졌더라도 실제 수상까지는 40년의 시간이 걸렸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노벨물리학상이 양자역학 100주년과 1942년생으로 고령인 클라크 교수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클라크 교수 등 수상자 3명은 총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5800만원)의 상금을 공동으로 나눠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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