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금' 카드 꺼내나…'공시가격 현실화' 만지작[부동산, 다음 대책은]①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부동산 민심마저 악화하면서 '최후의 카드'인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세 번째 대책 발표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세금 부담 강화라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부동산 보유세 여부를 답변할 사항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윤철 부총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이 다음 부동산 대책은 보유세라고 언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보유세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느냐"고 묻자, 윤 위원장의 추가 질문에도 윤 실장은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 인하 흐름과 주택 공급 절벽 우려 등의 악재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증세 대책이 본격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시가격은 국가가 토지 및 주택의 가치를 산정해 고시하는 가격을 말한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과와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등 60여개 분야의 세금과 대상, 범위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으로 69% 수준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기 위한 로드맵을 공표하고,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상향한 바 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이 커지고, 세금 부담을 느끼는 집주인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다.

또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택 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 비율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진다.

다만 정부는 세제 대책 추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세 부담 강화 대책을 추진할 경우 자칫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 세 부담을 늘린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부담이다. 세 부담 강화 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집값이 안정되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세제 강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집값 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세제 강화 대책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올려야 가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공시가격 현실화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 정부가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세제 강화 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면서도 "세제 강화 대책만으로는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택 공급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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