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도 이렇게 자르진 않아"…MBC 기상캐스터 폭로글 재조명

기사등록 2025/02/06 09:04:29

최종수정 2025/02/06 09:10:34

[서울=뉴시스] MBC 기상캐스터 2018년 동기 사원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MBC 기상캐스터 2018년 동기 사원증.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한 기상캐스터들의 입사 동기였던 정혜수의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과거 정혜수가 동기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1992년생 정혜수는 지역 케이블 방송 아나운서를 하다가 2018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했다.

정혜수의 입사 동기는 현재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는 김가영, 최아리, 박하명으로 알려졌다.

정혜수는 "5년 동안 준비해서 입사한 방송국에 합격했는데 구두로 당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해고 통보를 받은 날 팀장님이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인사부도 아니고. 아 근데 넌 계약을 안 했으니 인사부에서 말할 필요가 없겠구나'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1차 서류, 2차 면접, 3차 임원 면접까지 방송국에서 정한 3단계를 정식 채용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프리랜서 채용이었지만 홈페이지에 정식으로 입사 공고와 시험 일정이 있었다. 그리고 인사부를 통해 합격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다"며 "합격자 유의 사항에 교육 중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교육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까지였지만 저는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준비했다. 교육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4명이 합격하면서 기존 선배 3명의 계약이 취소된 상황이라 나가는 선배 눈에는 눈엣가시였을 거다. 실력이 완벽하다고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신입이니까 실수투성이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육 중에 한 실수로 방송국에 타격을 준 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글에 따르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6시에 출근한 정혜수는 일할 준비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러 가자는 동기들에게 '생리통 때문에 당직실에 출근 전까지 잠시 누워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게 화근이었다고 한다.

정혜수는 당직실에 들어온 한 선배로부터 "여기가 우습냐. 역대 최악인 애들 뽑혔단 말 도는 거 아냐. 여기 우습게 보지 마라. 너희 아직 계약도 안 하지 않았느냐.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볼 거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그날 저녁 팀장에게 불려 가 한 소리를 들었고 이후 회사에서 겉돌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정혜수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두 번 다시 저는 당직실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제 생각이 짧았다"고 후회했다.

정혜수는 팀장이 다른 동기들에게 논문을 찾아오라고 지시한 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선배에게 혼난 이후로 계속 겉돌던 제게는 아무런 과제를 주지 않아 다른 일로 바쁜 동기를 대신해 논문을 찾았다. 일 지시를 받았던 동기 A가 '이걸 체계적으로 정리해 팀장님께 직접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정리한 논문을 다음 날 팀장 자리 위에 올려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팀장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정혜수의 동기 A에게 화를 냈다. 이후 논문을 찾아온 정혜수란 걸 알게 된 팀장은 정혜수에게 논문을 집어던지며 "나는 A에게 시켰는데 왜 네가 하냐. 이렇게 A를 물먹이고 싶었냐. 이렇게 하면 내가 널 예뻐할 줄 알았냐. 내가 너라면 동기들에게 먼저 먼저 줬을 거다. 너한테 실망이다. 너 정말 무서운 애"라고 꾸짖었다.

정혜수는 "평소 팀장님이 '자기한테 시킨 일 아니면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찾아주면서 도와줘라. 내가 내준 과제는 여러 장 뽑아서 동기들과도 공유하라'고 하셨다. 저는 '그 논문은 전날 동기들에게 먼저 준 논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변명한다고 하실까 봐 더 혼나고 싶지 않아 눈물만 흘렸고, 다음 날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팀장은 정혜수를 불러 "위에서 너랑 계약 안 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정혜수는 그 이유를 물었으나, 팀장은 "윗분들에게 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드리라는 거냐. 넌 이 직군이 안 맞는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일하다가 계약연장 안 되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했다.

정혜수는 "어떻게든 고칠 테니 기회를 한 번만 더 달라고 말하는 제게 팀장님은 '정말 비디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니?'라면서 (해고에)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아닌 불명확하고 주관적인 평가가 작용했음을 암시했다"며 "저는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후 정혜수는 지인들을 통해 "원래 3명 자리였는데 4명을 뽑은 거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저도 모르는 이유를 다른 사람들이 알더라. 아르바이트생도 이렇게 자르진 않을 거다. 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지만 사원증과 용역확인서는 받았다. 조언이라도 구할까 해서 대형 로펌 대표번호로 전화해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해당 방송국은 고문 관계라 조언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였다. 대형 지상파 방송국을 상대로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동기들이 함께 찍어서 각자 SNS 계정에 올렸던 사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저는 뭘 할 수 있을지 이젠 저도 모르겠다. 제가 지금 원하는 건 길을 걷다 갑자기 울지 않고 하루라도 새벽에 깨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한편 오요안나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으며, 3개월 만에 부고가 알려졌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선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으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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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도 이렇게 자르진 않아"…MBC 기상캐스터 폭로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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