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천장 지수, OECD 29개국 중 28위
성별임금격차 해소 위한 법안 개정 절실
육아휴직 소외된 여성 노동 약자 보호 미흡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3.8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여성노동자 대회를 열고 유리천장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3.04. livertrent@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3/04/NISI20230304_0019812020_web.jpg?rnd=20230304142351)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3.8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여성노동자 대회를 열고 유리천장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우리나라가 ‘세계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은 일하는 여성들에겐 ‘가혹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성 근로자가 겪는 경력단절,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책적 노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외면 당했던 성평등 입법 과제도 산적해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유리천장 지수 꼴찌 오명을 벗지 못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The 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9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2023년 기준 조사) 한국은 1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다 올해 28위로 겨우 한 계단 상승했다. 한국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보다 15.9%포인트 낮았으며 남녀 평균 임금 격차도 29.3%로 가장 컸다.
이같은 지표는 여성 직장인들의 인식 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이달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17일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한 결과, ‘승진, 배치 등에 있어서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장인 61.1%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올해 1월13일부터 1월31일까지 실시한 ‘성별 임금 격차 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의 주요 결과에서는 여성의 61.9%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40.6%)보다 21.3%포인트 높은 수치다.
아울러 한국 사회에서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11가지 요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고용형태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사업장 규모, 원청·하청 관계, 직업 종류, 학력, 성별, 업무 성격, 공공·민간 부문, 경력, 나이, 업무능력·성과 순으로 임금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됐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근로자 육아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 '육아지원 3법' 대통령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23일부터 육아휴직 기간이 1년에서 1년6개월로 확대된다. 2025.02.11. sccho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11/NISI20250211_0020693610_web.jpg?rnd=20250211155359)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근로자 육아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 '육아지원 3법' 대통령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는 23일부터 육아휴직 기간이 1년에서 1년6개월로 확대된다. 2025.02.11. [email protected]
대기업 등 성별 임금 공시 법제화 필요성 제기…전문가 "자율 공시로 실효성 떨어져"
이미 세계 각국은 성별임금공시를 법제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50인 이상 사업장은 남녀평등지수를 기업 사이트에 공개하고, 스웨덴의 10인 이상 사업장은 남녀 임금 차이를 조사한다.
이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임금공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신 의원은 “성평등 임금 공시 의무를 법에 명시하고, 세부적으로 공시항목이 구성되지 않아 성별임금격차의 원인과 구조를 파악하는 데 부족한 현행법들을 개정한다”라며 “실질적인 성별 임금 격차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별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300인 이상 사업장이 고용형태 및 성별 고용 현황을 공시할 때 직종, 직급, 직무, 근속연수, 고용형태 성비와 성별 임금 현황을 밝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종·직급별 격차를 포함한 구체적인 성별임금격차 실태를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매해 개선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보고할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 의원은 남녀고용평등법, 고용정책기본법, 자본시장법, 공공기관운영법, 지방공기업법, 총 5개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단, 성평등 임금 공시 의무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어길 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별 근로 공시제도 시행을 하더라도 타 선진국처럼 패널티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국내에서 기업이 여성 고용을 확대하도록 독려하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비정규직인지가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의 해소도 숙제다.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급여를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당도 적극 나섰다.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 공약이자 저출생 1호 당론법안으로 발의한 '아이돌봄 지원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돌봄사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매년 근로자의 육아휴직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제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육아휴직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의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다. 돌봄 서비스 종사 여성, 특수 고용직이나 영세사업장 종사자들, 종속적 자영업자(플랫폼 노동자) 등은 육아휴직 혜택, 고용보험 적용 등에서 벗어나 있다.
실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수 현황’에 따르면 10년간 사업장 규모별 육아휴직 수급자는 5~100인 121.3%, 100~300인 138.3%,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60.5% 늘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29.3% 증가에 그쳤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 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05.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05/NISI20250305_0020720837_web.jpg?rnd=20250305101708)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및 성범죄 처벌 강화 3대 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표류만 하는 비동의 간음죄…젠더 갈등 격화
최근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 2건에 5만명이 서명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5일 "22대 국회에서 비동의 강간죄를 반드시 입법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달 17일 공개된 ‘비동의강간죄 입법 반대에 관한 청원’도 동의 수가 5만명을 돌파하는 등 충돌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 여성단체들은 성 평등 돌봄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포괄적 성교육, 임신 중지권 보장, 이주여성 노동자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선진국 반열에 든 우리나라의 성평등 관련 지수가 타 선진국 대비 저조한 배경은 뭘까. 이주희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화와 사회 변화가 급격히 이뤄지면서 성평등에 관심을 가진 집단이 20~30대 여성으로 한정돼 여성 유권자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치권에서 서구권의 좋은 제도를 참조해 OECD 최악의 여성 차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별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저출생 사회가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라며 "특히 여성에게 가족 돌봄의 책임을 부과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 돌봄 공공성을 강화해 사회적 돌봄 책임을 확대하는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라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