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만류에도 대중 곁으로…마지막까지 "전쟁 멈추자"[교황 선종]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의료진 만류를 뿌리치고 대중을 만나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인 지난 20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해 광장에 운집한 3만5000여명의 신자를 대면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리아·예멘·콩고·수단·미얀마 등지의 분쟁을 하나씩 열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중인 나라에 호소한다.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을 석방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열망하는 이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과 학교, 병원,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공격하는 잔혹한 분쟁 속에서, 공격받는 것이 단순한 표적이 아닌 인간 존엄성을 지닌 개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직접 막아서는 역할을 했다.

2013년 9월 미국이 사린가스를 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공습하기로 결정하자 금식기도를 하면서 막아섰다. 2015년 내전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화해를 기도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평화적 해결을 요구했다. 2019년 남수단 내전 양측 지도자를 만나 발에 입을 맞추며 평화를 호소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양측에 특사를 보내며 중재에 나섰다. 202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자 "제노사이드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바티칸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절 메시지를 전하며 "교황은 마지막 자리에서 그의 임기 동안 슬로건이 됐던 말을 반복했다. 교황은 12년간 말과 행동, 실천을 통해 모든 형태의 폭력 종식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신학자 문터 아이작은 "교황은 떠났지만 점령과 장벽은 남아 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그가 그랬던 것처럼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돌볼 것인가"라고 앞날을 우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부활절 메시지에 마지막 기력을 발산했다는 추측도 있다.

그는 지난 2월 '다균성 호흡기 감염' 진단을 받고 입원했고, 폐렴이 추가 확인돼 38일간 치료를 받은 뒤 3월 퇴원했다. 입원 기간 생명의 고비를 수차례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최소 6주간 요양을 하라고 권고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점차 활동을 늘렸다.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 부부를 만난 데 이어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13일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군중을 마주했다.

17일에는 로마의 교도소를 찾아 수감자들을 만났다. 부활절인 20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이민자를 포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평화를 호소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발코니에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쉰 목소리로 부활절 인사를 한 뒤 라벨리 대주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이후 광장으로 내려가 무개차를 타고 군중을 마주했으나 손을 끝까지 들어올리지 못했다. 광장에 있던 한 신자는 BBC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넨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7시35분 선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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