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사 인터뷰]"NPT 탈퇴 배제 못 해…피해 핵시설 머지않아 복구될 것"

기사등록 2025/06/26 19:30:00

최종수정 2025/06/26 19:35:31

"피살 핵과학자 명단, IAEA서 유출돼 이스라엘에 전달 정황"

"美공습,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메시지…이란 내 NPT 탈퇴 강한 여론압박"

"對美 대응 수위 더 강력할 수 있었다…사태 확산 방지한 것"

"美 군사개입, 한반도 특히 영향…이스라엘, 韓과 유사성 없어"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미국의 중동 사태 군사 개입 이후 이란 내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주한 이란 대사는 NPT 탈퇴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란의 NPT 탈퇴 가능성에 관해 "배제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현재 이란 사회 내에 "우리가 왜 NPT에 가입해 각종 의무와 제한, 사찰을 감수하면서 정작 조약이 명시한 정당한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쿠제치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조약에 가입해 우리가 실제로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시설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취했는가"라고 물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에 "강한 여론 압박이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그간 이란 핵시설을 사찰·검증한 IAEA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쿠제치 대사는 "2024년 IAEA 전체 예산의 60%가 이란 핵 사찰에 사용됐다"라며 "어떤 국가의 핵시설도 이 정도로 장기간 집중 사찰을 받은 전례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이는 IAEA의 접근 방식이 기술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라며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역시 미국과 일부 서방 국가의 정치적 압력에 영향을 받으며, 매우 순응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암살당한 이란 핵 과학자들의 이름이 IAEA에서 외부 유출돼 이스라엘에 전달된 정황이 존재한다"라고도 말했다. 이 때문에 핵시설과 과학자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IAEA와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 투하로 인한 자국 핵시설 피해 정도에 관해서는 "피해 규모와 관계없이 해당 핵시설들은 머지않아 복구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내부에 자립적이고 독자적인 핵 기술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쿠제치 대사는 특히 "일부 미국 고위 당국자들조차 이란의 핵 산업이 자신들 주장만큼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라며 "이란은 강한 경제적 기반과 뛰어난 인적 자원을 보유한 나라"라고 했다.

그는 이날 일련의 사태를 각국 간 충돌로 보는 시각을 두고 "충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라며 "침략에 맞서 이란이 행사한 정당한 방어"라고 했다. 이란의 군사·핵시설만 공격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란이 휴전을 수용한 것은 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였다"라며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은 이번 침략적 행동과 국가 및 국제적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했다.

'약속 대련'으로 평가된 카타르 미군 기지 공격에 관해서는 "훨씬 강력한 대응도 할 수 있었다"라며 "사태가 인근 국가와 지역 전반에 확산하지 않게 한 것"이라고 했다. 확산 방지가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번 핵시설 타격 이후 이란과의 핵협상 재개가 거론되고 있다. 쿠제치 대사는 이에 관해 "우리는 협상을 진행 중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의 진전을 가로막는 선택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신뢰하지 않지만 외교적 해법에는 여전히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오해와 터무니없는 의심을 풀 수 있는 길은 외교와 대화를 위한 해결 외에 없다"라는 설명이다.

결국 실행된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에 관해서는 "전 세계와 핵 비확산 체제에 매우 유감스럽고 심각한 메시지를 던진다"라며 "특히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지역 하나는 바로 한반도"라고 지목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5.06.26. [email protected]
아울러 "이스라엘은 자국의 선전 기계를 동원해 대한민국에 기만적 이미지를 유포한다"라며 "자신들의 체제가 한국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양국 국민이 비슷하다는 착각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제치 대사는 "이는 수천 년 역사와 깊은 문화를 지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스라엘은 강제 점령을 통해 형성된 체제로 80여 년간 인접국을 침략했고, 핵무기를 보유했음에도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는 남북을 막론하고 공통의 문명·역사를 공유하는 민족이 살아가는 땅"이라며 "반면 이스라엘은 이민자로 구성된 집단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뿌리를 두지 않은 존재고, 중동 어느 국가·국민과도 유사성이 없다"라고 했다.

가자 상황을 두고는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공격과 동시에 가자에서 약 1000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라며 "가자 희생 민간인 수는 이미 5만6000명을 넘었다. 현재 그곳에서는 실질적인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 동기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리스크 등 개인적 위기 모면을 꼽았다. 쿠제치 대사는 아울러 "이스라엘의 행동 배경에는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은 국제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자리한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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