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같아 힘들다"…폭염과 '사투' 벌이는 생계 현장

기사등록 2025/07/08 15:20:04

서울 37.1도 넘어…공사장·노점상·쪽방촌 직격탄

뙤약볕에도 장사·노동 이어져

"에어컨은 사치, 선풍기 하나에 의존"

[서울=뉴시스]이채은 인턴기자 = 8일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집안 내부의 찜통더위를 피해 골목에 나와 앉아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이채은 인턴기자 = 8일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한 주민이 집안 내부의 찜통더위를 피해 골목에 나와 앉아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오서윤 인턴기자, 이채은 인턴기자 = 서울 낮 기온이 37.1도까지 오르며 폭염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무더위에 취약한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장, 노점상, 쪽방촌 등지에선 온열질환 위험과 맞서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폭염에도 쉬지도 못하고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낮 12시께 찾은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 피맛골 일대 재개발 공사장. 헬멧을 쓴 인부들이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짐을 나르고 있었다. 공사장 한쪽 컨테이너에는 '5분 안전교육장'이라 적힌 무더위 쉼터가 설치돼 있었고 셔츠를 벗은 인부들이 대형 선풍기 앞에 앉아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인부 방승재(36)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너무 더워서 힘들다"며 "한 시간 일하면 20분씩 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부 심호진(56)씨는 "더워서 힘들지만 대형 선풍기가 있는 공사장 내부 쉼터에서 쉬고 있다"며 "여긴 규모가 커서 괜찮지만 소규모 현장은 이런 쉼터도 없다"고 말했다.

연이은 폭염에 시민 발길이 끊기면서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엔 선풍기조차 설치되지 않은 채 상인들이 그늘 아래에서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에 행인 대부분은 햇볕을 피해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양말 노점을 운영하는 김종만(67)씨는 "너무 더워져서 장사도 안 된다"며 "주변 행인도 별로 없고 다들 축 처져서 지나다니기 바쁘다"고 푸념했다.

바람 한 점 없이 36도 가까운 뙤약볕 아래 일부 상인들은 가게 안에 몸을 숨긴 채 손님을 기다렸다. 인사동에서 그림 액자를 판매하는 나정수(68)씨는 "더워서 사람들이 안 나오니 올 여름을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난감하다. 에어컨을 틀어도 장사 때문에 문을 닫을 수가 없어 무용지물"이라며 "임대료에 전기요금까지 버티기가 더 어렵다. 코로나 시절보다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이채은 인턴기자=8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영등포역 인근 노점상에서 한 상인이 옥수수를 팔고 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이채은 인턴기자=8일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서울 영등포역 인근 노점상에서 한 상인이 옥수수를 팔고 있다. 2025.07.08

영등포역 인근 앞 노점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좁은 노점 가건물 안에서 선풍기도 없이 옥수수를 삶던 70대 여성은 "불 켜고 일하니 찜질방 같다"며 "앉을 데도 없이 좁고 가스불 때문에 더 덥다"고 전했다.

주거취약계층도 폭염 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영등포 쪽방촌 골목 안쪽에선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누운 노인들이 눈에 띄었고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더위를 견뎌야 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함께 땀에 젖은 셔츠를 부채질하며 앉아 있던 주민 A씨는 "안은 더워서 밖에 나와 있다. 찜질방 수준"이라며 "에어컨 있는 방도 있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틀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얼음팩 같은 건 없다. 그냥 버티는 것"이라며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데 쓰러지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이들은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며 "무더위 쉼터가 있어도 걷기 힘든 사람들은 집 앞 그늘에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쪽방촌에 밀집한 컨테이너 지붕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연기처럼 물을 내뿜고 있었다. 주민 일부는 이미 인근 컨테이너 임시 거처로 이주했지만 다수는 방 안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폭염경보가 발령된 전날부터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로 격상하고 폭염 종합지원상황실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강화했다. 쪽방 주민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돌봄 활동을 강화하고 서울시 발주 공사장의 경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야외 작업을 원칙적으로 중단하도록 했다.

시는 SNS와 '서울안전누리'를 통해 무더위쉼터 위치, 건강수칙, 행동요령 등을 안내 중이다. 이동노동자 쉼터 21개소를 운영하고 생수 10만병을 나눠주는 등 추가 대책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무더위쉼터가 거리상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쪽방촌 주민 C씨는 "걷는 것도 힘들어서 쉼터는 안 간다"며 "그냥 이웃들이랑 같이 그늘에 앉아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낮 최고기온이 37.1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7월 상순 중 37도를 넘긴 것은 1907년 관측 이래 처음이다. 서울시의 폭염경보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발효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찜질방 같아 힘들다"…폭염과 '사투' 벌이는 생계 현장

기사등록 2025/07/08 15:20:04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