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PEC 직전 "북, 뉴클리어 파워"
'2019년 판문점 깜짝회동 재연' 기대감 키워
최선희 방러 두고 '불발 신호' 해석도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튿날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 2025.10.24.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19/07/01/NISI20190701_0015356613_web.jpg?rnd=20190701191454)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튿날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는 모습. 2025.10.24.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 간 이른바 '판문점 깜짝회동'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지만, APEC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을 원한다고 언급한 데 따라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참석차 2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이후 6년여만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했다.
이 회동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지 32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번 APEC 기간 판문점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AF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나는 100% 열려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가진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뉴클리어 파워'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표현은 아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상 공식 용어인 '핵보유국'(Nuclear-weapon State)과도 다른 표현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 핵 질서인 NPT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국만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판문점 회동 여부를 주시하는 가운데 다시금 이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하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북미 간 물밑 접촉 정황은 공개된 바 없다. 북한은 APEC을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신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를 시험 발사했는데, 북미 간 소통이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톱다운' 방식과 깜짝 이벤트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정상외교에 통상 수반되는 치밀한 사전 조율 없이도 돌발 회동이 가능할 수는 있다. 미국 정부가 비공개로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24일 경북 경주역 인근에 APEC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APEC 정상회의는 10월31일부터 11월1일 개최된다. 2025.10.24. lm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0/24/NISI20251024_0021027851_web.jpg?rnd=20251024140858)
[경주=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24일 경북 경주역 인근에 APEC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APEC 정상회의는 10월31일부터 11월1일 개최된다. 2025.10.24. [email protected]
결국 김 위원장의 반응이 관건이다.
북미정상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이후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커졌다. 그 사이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대북 제재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없으며,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입장을 굳혔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한 파병을 기점으로 북러 혈맹관계를 공고히 했다. 미중갈등 격화 속 반서방 결속 필요성이 커진 중국과도 관계를 복원했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당시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기도 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이른바 '사진 촬영용' 정상 회동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굴욕의 재연이 될 수 있다.
북한이 26일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을 발표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방문 일자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 북한 외교 수장이 자리를 비운다면 북미정상 만남 가능성이 옅어진다. 6년 전 판문점 회동 때는 리용호 당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수행했다.
다만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재회에서 얻을 유불리를 따져보며 대화 여지를 두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판문점 북측 시설 '판문각' 일대에 대한 미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는 올해 들어 처음 포착된 동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대내외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자신과 대화할 충분한 준비가 안 됐다고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러우 전쟁 종식을 둘러싼 미러 간 기싸움 와중에 북한이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을 예고한 것은 혈맹 러시아 편에 서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희망 메시지에 대한 북한의 비공개 화답이 예상된다"며 "최 외무상의 방러 전 트럼프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메세지가 발산된다면, 방러 연기 또는 방러 기간 단축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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