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앞 탄핵 촉구 불법 천막 농성…서울시 "엄중 대처"
국회서 불법 천막·집회 소음 규제 등 집시법 개정안 다수 발의
"집회 자유 보장해야" 반발
![[서울=뉴시스] 강류나 인턴 기자=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천막과 깃발 수십여개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는 모습. 2025.03.19](https://img1.newsis.com/2025/03/19/NISI20250319_0001795449_web.jpg?rnd=20250319150015)
[서울=뉴시스] 강류나 인턴 기자=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천막과 깃발 수십여개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는 모습. 2025.03.19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강류나 인턴 =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인도에는 파란 천막과 깃발 수십여개가 줄지어 설치되어 있었다. 천막 앞에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스마트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던 한 유튜버는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윤석열 감방가자"라고 외쳤다.
천막이 절반 가량 차지한 인도에는 경찰관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날 오전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면서 시민들이 보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또 천막 행렬 끝자락 위치한 횡단보도로 가는 길이 가로 막혀 차도로 걸어가야 하는 등 불편이 있었다.
가족과 여행 중이라는 캐나다 국적의 남성 A(45)씨는 "어제 밤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경복궁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라며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다들 천막 뒤로 다니길래 뒷길로 걸어왔다. 캐나다에서도 정치활동을 하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다"라고 말했다.
경복궁 근처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최모씨는 "자전거를 끌고 이쪽 길로 자주 다닌다"라며 "잠깐 내려서 끌고 가면 되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다. 탄핵이나 빨리 해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19.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9/NISI20250319_0020738053_web.jpg?rnd=20250319112311)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19. [email protected]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주변이나 광화문을 거점으로 오랜 기간 천막을 길거리에 설치하고 농성을 이어가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법 제61조, 제75조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두거나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탄핵 촉구 단체들이 설치한 천막들에 대해 불법 천막이라며 자진 철거를 요청하고 엄중 대처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북측에 천막과 의자를 설치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측에 변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트럭 2대로 의자 1천개, 천막 1개를 이 곳에 설치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비상행동 측은 변상금 부과조치에 대해 편파적이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회에서도 통행을 방해하는 집회·시위 현수막을 경찰이 철거할 수 있게 하거나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집시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며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통행을 방해하는 집회·시위 현수막을 경찰이 철거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집회·시위 소음을 지속성과 반복성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밖에도 국회에 현재까지 발의된 집시법 관련 개정안은 총 10개다. 개정안 대부분이 집회 장소 제한, 집회 소음 규제 강화, 심야시간 집회 금지 등 내용이 골자다. 예컨대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대법관·헌법재판관·법관·군사법원 재판관의 주거지 인근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열리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윤성 순청향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법 천막 농성이 허가된다는 것은 서울 시내에 누구라도 원하는 장소에 천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라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철거를 거부한다고 해서 계속 둔다면 법치 국가가 아닌 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천막 농성, 시위로 인해 소음을 일으켜 인근 주민에 피해를 주거나 자영업자 생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제재가 필요하다"라며 "경찰 담당과에서 긴밀하게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해 허용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위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비상행동은 서울시가 변상금 부과를 통보한 지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파면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행정이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며 "차별적·편파적 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촉구했다.
경복궁 앞에서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시인 송경동(58)씨도 "불법 천막 자진 철거 요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헌정이 파괴되고 무너졌다. 이때는 대한민국 헌정의 최고 주체인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걸 불법이라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무한정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앞으로 건전한 집회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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