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신냉전’ 장기화 조짐…퇴로없는 패권전쟁 [트럼프 100일①]

기사등록 2025/04/26 06:00:00

최종수정 2025/04/26 14:06:24

취임 전후 보였던 ‘관계 개선 신기루’…관세 포연에 사라져

10%에서 시작한 관세, 145% vs 125%까지 ‘희극적’ 상승

‘투기디데스 함정’ 추락 위험 미중 갈등,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04.26.
【오사카(일본)=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04.26.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숨가쁜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만에 끝내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 47대 대통령. “관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라고 되뇌이던 그는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일에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이다”라며 중국은 물론 동맹국에까지 관세폭탄을 날렸다. 그로 인해 자유무역주의 세계 질서는 무너지고 갈등과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축소와 다양성 폐기 정책으로 반트럼프 시위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미중 관계와 관세전쟁, 지지부진한 우크라와 가자 휴전, 미국내 반트럼프 시위, 트럼프-김정은 재회 가능성 등을 5회 기획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구소련 붕괴로 종적을 감췄던 ‘냉전(冷戰)’이 ‘신(新)냉전’으로 30년 만에 등장한 계기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이제 러-우 전쟁 3년여를 지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복귀로 ‘신냉전’ 전선은 미-중으로 옮겨온 형국이다. 

카네기 세계평화재단 중국센터의 전직 고위 외교관 릭 워터스는 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무역 갈등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아무런 가드레일이 없는 것 같다. 신냉전 시대가 아니라고 주장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취임 초기 관계 개선의 희망

양국 관계는 트럼프 취임 100일(4월 29일)도 안돼 급전직하했으나 취임 초기 ‘신기루 같은 관계 개선의 기대’가 있었다.  

취임을 사흘 앞두고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은 ‘우호적인’ 전화통화를 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을 초청한다고 했지만 취임식에 한정 국가부주석이 참가한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트럼프 취임식 전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 관계는 1970년대 냉전시대 ‘쇄빙(碎氷)’을 이루었다”며 “양국간에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성장통”이라고 트럼프 2기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말뿐이 아니다. 트럼프 1기 약속한 2000억 달러 구매 중 중국이 트럼프 재선 실패 이후 이행하지 않았던 것을 해소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WSJ은 2월 3일 중국이 미국 전기차용 배터리 같은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는 약속, 펜타닐 전구체 수출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중국의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거나 매입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중 관계 개선의 기대와 노력은 거기까지였다.

트럼프의 관세 도발에 중국도 오래 전부터 준비한 듯이 즉각적으로 대응했고 ‘희토류 수출 금지’처럼 미국의 급소를 노렸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2025.04.25.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2025.04.25.

‘치킨 게임’으로 치달은 관세 전쟁  

미국이 2월 4일 중국산 펜타닐의 미국 유입에 대한 명분으로 10%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10일 미국산 석탄 등 8개 품목에 15%, 농기계 등 72개 품목에는 10%의 관세를 물렸다.

미국이 3월 4일 펜타닐을 명분으로 한 관세로 10%를 추가해 이른바 ‘펜타닐 관세’는 10+10%, 합계 20%가 됐다. 중국이 이번에는 미국산 농산물에 10∽15%를 부과해 트럼프의 지지층을 겨냥했다.
   
트럼프가 ‘상호 관세’로 중국에 34%를 부과하자 중국도 34% 맞불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중국은 비관세 수단 등을 포함한 ‘8종 조치’도 발표했다. 미국산 농산물 관세 인상부터 헐리우드 영화 수입 금지까지 다양했다.

이후 미-중 관세 부과는 이후 희극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미국은 관세 발효일이 되자 이미 발표했던 34%에 50%를 얹어 84%라고 선언해, 펜타닐 관세를 포함해 104%가 됐다.

뉴욕 증시 폭락과 국채 이자율 상승 등으로 상호 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하면서 중국은 제외했다.

그러더니 하루 후에는 아무런 설명없이 중국의 상호 관세율은 125%라고 수정 발표했다. 이로써 ‘펜타닐 관세’ 20%를 포함,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추가된 관세는 모두 145%가 됐다. 

중국도 맞불 보복 관세를 125%로 올리면서 이제는 더 이상은 관세 상향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핵심 희토류 7종과 자석의 대미 수출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기자동차, 터빈, 모터, 모니터 등 첨단 제품이나 전투기 등 군수품까지 희토류는 핵심 재료로 중국이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 ‘투기디데스 함정’으로 가나

양측 ‘무역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의 장단점이 거론되면서 누가 이길지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 수입품이 대체 가능하지만 미국은 필수이거나 가격 차이로 소비자 타격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WSJ는 ‘상호 관세로 중국이 웃고 있다’ 사설을 내보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국 경제도 관세 전쟁 타격으로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권력 교체기의 패권국과 후발국의 갈등을 다룬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미-중은 ‘투기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무력 전쟁’을 의미하는 ‘함정’은 피할 수 있어도 트럼프 취임 100일 만에 분명해진 양국 충돌은 양국의 수천만 명 근로자와 소비자는 물론 전 세계를 혼란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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