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드론 공격 저지위해 휴대전화 인터넷 연결 고의 차단

[탈린(에스토니아)=AP/뉴시스] 유세진 기자 =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온돈에서 자신의 형편없는 인터넷 연결을 조롱하는 한 블로거의 노래가 2주 만에 인스타그램에서 5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파벨 오시피안은 "인터넷이 최근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낼 필요는 없다. 그냥 익숙해지면 될 뿐…"이라고 노래한다.

전자 결제로 식료품을 살 수 없다거나 운전 중 네비게이션 이용이 불가능해 종이 지도를 사용해야 하는 오시피안의 불만은 로스토프온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 저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휴대폰 인터넷 차단 조치를 취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교전 지역을 뛰어넘어 극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수십개 지역을 강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장애도 발생했다.

AP통신 기자가 만난 러시아인들은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 택시와 승차 공유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작동되지 않는 ATM 등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이미 온라인 자유가 크게 위축된 러시아에서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디지털 권리단체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정책 관리자인 아나스타시아 지르몬트는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러한 차단은 대중에게 이를 정당화시키고 당국이 제한을 남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5월부터 이런 추세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휴대전화의 인터넷 연결이 심각하게 차단됐는데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것이 우크라이나의 계속되는 드론 공격에 따른 고의적 제한이라고 확인했다. 이런 차단 조치가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페스코프는 "필요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전에도 휴대전화의 인터넷 연결이 제한된 적이 있었지만 러시아 인터넷 자유단체 로스콤스보보다의 설립자 사르키스 다르비냔 변호사는 "모스크바의 폐쇄는 러시아 전국 당국들에 이러한 차단이 유용한 도구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초 트럭에 실린 컨테이너에서 발사된 드론이 러시아 깊숙한 비행장을 공격한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이 관계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했다며 "그들은 이제 러시아 어디에서든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갑자기 나타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 상태를 추적하는 '나 스비야지'(러시아어로 연결 유지라는 의미)에 따르면, 7월 중순 현재 휴대전화의 의도적 인터넷 차단은 러시아 전국 대부분으로 확산됐다. 이 단체는 17일 러시아의 80개 이상의 지역 중 61개 지역이 휴대폰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42개 지역에서는 광대역 네트워크 중단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한편 페스코프 대변인은 17일 차단 조치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은 정당하며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