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15%…車 마지노선까지 낮춰
3500억불 투자펀드…조선업에 1500억 사용
"조선업 협력…일본·EU와 달리 한국만 가능"
美, 中 견제 위해 조선 부흥…"게임 체인저"
미국산 LNG 1000억불 구매…중동 의존도↓
수출 지키고 수입 늘려 對美 흑자 감소 기대
레드라인 '쌀·소고기' 농축산 시장 개방 방어
![[턴베리=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와 회담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28.](https://img1.newsis.com/2025/07/28/NISI20250728_0000523625_web.jpg?rnd=20250728224834)
[턴베리=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와 회담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28.
[세종=뉴시스]손차민 여동준 기자 = 정부 관세 협상단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투자펀드 3500억 달러 조성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 달러 구매를 약속했다. 우리나라가 우려하던 쌀·소고기 시장 개방을 등 대부분의 비관세 무역 장벽이 협상안에서 빠졌다.
최종 협상안을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인 건 한국의 제조업 강점을 앞세운 '조선업 협력'과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여줄 '에너지 구매'라는 협상 카드였다.
1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0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끝에 한미 간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미국은 1일(현지 시간)부터 전 세계 주요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일괄적으로 국가별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무역 협상을 통해 25%에서 15%로 관세를 인하했다.
자동차 품목별 관세도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인 15%까지 낮췄으며, 관세가 예고된 반도체·의약품도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됐다.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이 역점을 둔 제조업 재건을 위해 35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적용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무역합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5.07.31. jtk@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31/NISI20250731_0020911662_web.jpg?rnd=20250731140618)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에 적용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무역합의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5.07.31. [email protected]
양국은 우리나라가 조성할 예정인 총 3500억 달러의 투자펀드를 크게 둘로 나눠 1500억 달러는 오로지 조선산업 투자를 위해 사용키로 했다.
우리 기업이 미국 조선산업과 공급망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투자·대출·보증 등을 통해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맺은 일본이나 유럽연합(EU)에 비해 투자 규모가 더 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의 특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서 타결한 일본, EU와 달리 한국만 할 수 있는, 비교우위가 무엇이냐"며 "그게 바로 조선업 (협력)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만 강점을 갖고 있는 조선산업 협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발전시켜 현재 (투자펀드) 형태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는 내용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나라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펀드를 조성해 선박건조, MRO(유지보수·수리), 조선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양국 조선업계 간 전략적 시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31/NISI20250731_0001907431_web.jpg?rnd=20250731110707)
[서울=뉴시스] 미국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되는 내용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 우리나라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펀드를 조성해 선박건조, MRO(유지보수·수리), 조선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며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양국 조선업계 간 전략적 시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관세를 낮춰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조선업계를 부흥시켜야 하는 미국의 수요가 맞아 떨어진 지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은 중국의 조선업 시장 지배력 확대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 조선업을 강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향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선박) 자체 제작이 어렵다"며 "우리나라나 중국에 물량을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에 300개가 넘는 조선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20곳 이하로 줄었고, 그마저도 남은 곳의 생산 능력은 연 1~3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선박이나 특수 선박 건조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필라델피아=뉴시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로조선소 4번독(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제공). 2025.07.20.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20/NISI20250720_0001897288_web.jpg?rnd=20250720044830)
[필라델피아=뉴시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로조선소 4번독(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제공). 2025.07.20.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조선업계가 인력교육·조선소 설비 투자 등을 통해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을 높인다면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HD현대는 헌팅턴잉걸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생산인력교육·공정자동화·인공지능 도입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아예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해군 프로젝트 입찰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 22일에는 348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조선업에 특화해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활동하는 데 지원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든 것은 정말 윈윈"이라며 "조선업계 펀드는 '게임 체인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도 "미국에서 조선업 협력 의지가 강하다"며 "미국에서도 법령을 포함해 조선업 규제나 법 개정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 과정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조선업계에 대한 투자를 빨리 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비치=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실 비치 연안에 있는 원유 채굴 시설. 2018.04.12
아울러 우리나라는 LNG 등 미국산 에너지를 1000억 달러 구매하기로 했다. 다만 세부 내용은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여 본부장은 "1000억 달러 상당의 LNG 구매는 향후 4~5년을 예상한다"며 "에너지 프로젝트는 장기간이 걸릴 수 있어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 카드로 활용된 미국산 LNG 구매를 통해 미국산 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최근 미국 에너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데다, 중동 의존도도 완화할 수 있어서다.
천연가스의 경우 권역별로 가격 지표가 상이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게 되면서 수입처 다변화도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에 있어 중동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중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기에,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할 것이란 분석이다.
![[세종=뉴시스] 30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지난 1997년 카타르·오만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5%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가스공사 제공) 2024.05.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5/29/NISI20240529_0001563032_web.jpg?rnd=20240529175217)
[세종=뉴시스] 30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지난 1997년 카타르·오만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5%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가스공사 제공) 2024.05.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출은 줄이지 않으면서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준으로 상호관세율을 책정하는 등 무역 적자 축소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역시 무역수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기조에서 출발했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인 ▲쌀 수입 쿼터 확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협상 초기부터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정조준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한국 시장이 99.7%가 개방된 상태이고 미국의 농산물이 이미 한국에 많이 들어와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1인당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보면 세계 3위이니, 미국 입장에서 3위 수출국인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안보 분야는 이번 협상안에 담기지 않았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과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등 미국 빅테크 업계의 요구가 높았던 디지털 통상 분야에 대한 규제도 지켜낼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31. bjk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31/NISI20250731_0020911695_web.jpg?rnd=20250731142845)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6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31.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