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뇌물 줘야' 억대 사기범, 수차례 동종 범행
공교롭게도 과거 친분 내세운 판사에 사건심리 배당
사건 기록 보고 뒤늦게 안 판사…징역 3년 실형 선고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검찰총장과의 거짓 친분을 미끼로 억대 사기를 벌이다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심리를 맡은 재판장까지 끌어들여 과거에도 비슷한 범행을 한 사실까지 들통 났다.
이 사실을 안 재판장은 "다시는 제 이름을 더러운 곳에 올리지 말라"며 검찰 구형량대로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장찬수 부장판사는 1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000만원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형사 사건에 휘말려 곤란한 처지에 처한 인척 B씨에게 접근,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직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며 1억3000여 만원을 여러 차례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과거 법조계 인사들과의 거짓 친분을 앞세워 벌인 동종 사기 범행도 드러났다.
특히 A씨는 과거 자신의 심리를 맡은 '장찬수 부장판사'의 이름을 들먹거리며 사기 행각을 벌이다 올해 초 이미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을 법원 내부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배당하는데, 공교롭게도 과거 자신의 범행에 이름을 팔고 다닌 장 부장판사가 이번 재판을 맡게 됐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과거 형사처벌 기록 등 증거 자료를 통해 A씨가 자신과의 허위 친분을 과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 고위직과의 거짓 친분을 미끼로 알선 명목으로 큰 돈을 가로챈 점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 동종 범행으로 여러 번 처벌 받았는데도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회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A시가 제 이름을 팔아서 재판 받은 그 사건의 확정 판결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검찰 구형량대로 실형을 선고했다.
장 부장판사는 "다시는 절 팔지 말라. 내 이름이 더러운 곳에 올라가야 하느냐. 내가 이 재판을 맡지 않았다면 (A씨가 제 이름을 내세워 사기 친 사건을) 평생 몰랐을 것 아니냐"며 "당신에게 돈을 건넨 사람은 제가 1억여원 이상 받아갔다고 생각했을 것 아니냐. 세상은 당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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