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500억달러 투자 요구 불안…“추석 이후 환율도 1400원서 등락”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때 1300원대로 내려앉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급등락을 반복하며 1400원 선을 중심으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를 놓고 달러값이 출렁이는 데다 관세 협상 불확실성까지 수면위로 떠오른 결과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1400원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상과 한미 간 통화스와프 논의가 추석 이후 환율 향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는 전일대비 3.2원 내린 1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135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8월 들어 1390원선으로 오르더니 지난달 25일에는 결국 1400원대로 올라선 후 불안안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값 영향이 컸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에 최근에는 미국의 셧다운 우려가 더해지며 달러값이 요동쳤다.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7월 말 100선에 육박하더니 9월 중순에는 96선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97선 후반까지 올라섰다.

문제는 글로벌 통화 중에서도 원화값의 상대적 약세다. 이달 들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5% 가량 상승한 반면 원화가치는 달러대비 1.5% 가량 절하됐다. 최근 달러가치 상승폭보다 원화가치 하락폭이 더 컸다는 의미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의 갈등이 원화 약세를 유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하며 통화스와프 체결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대로 협상 시에는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3500억 달러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를 전달하며 관세 협상 타결의 선결 조건인 무제한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관세 협상이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며 한동안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미 협상 과정에서 요구 수준이 낮아진다거나, 한·미 통화 스와프 등이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원화값이 힘이 실리며 환율 상단이 제약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10월 환율로 1370~1420원을 제시하며 "한미 관세 불확실성으로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다가 월말이 가까워짐에 따라 완만한 하락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현재 환율이 달러화 대비 약 4% 저평가된 점을 감안할 때 1370원대 하락이 가능하다"고 봤다.

신한은행 연구원은 10월 환율에 대해 1380~1420원대 사이에서 상고하저를 예상했다. 백석현 연구원은 "추석 연휴 이후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 기대와 APEC 계기로 한미도 가까워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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