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https://img1.newsis.com/2025/02/04/NISI20250204_0001762005_web.jpg?rnd=20250204055721)
오요안나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1996~2024)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망 3개월 만에 비보가 알려졌고, 유서와 가해자 실명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MBC는 부고를 내지 않고, 고인 사망을 둘러싼 의혹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뭇매를 맞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신속·정확하게 조사하겠다"며 수습하는 모양새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떠났다. 12월 뒤늦게 부고가 알려지자, MBC는 "사망한 건 맞다"고 밝혔다. 당시 사망 원인 관련 "부서에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본다고 해도 나올 리 만무하다"며 말을 아꼈다. '왜 부고를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저희는 따로 내지 않는 것 같다"며 얼버무렸다. 이후 '고인 휴대폰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으며, 동료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내 부고도 안 올려서 MBC에 항의하니 '고위급 인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답변했다"며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MBC 대응은 비판 받기 충분했다. 지난달 28일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들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일부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면,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저희에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마치 무슨 기회라도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가 생전 MBC 관계자 4명에게 피해 내용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 녹취록이 있다. 정신과 10여 군데를 다녔으며,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사망 한 달여 전인 지난해 8월 말께부터 손목에 테이핑하고 날씨 예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대로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승민 전 국민의원 의원도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왜 MBC는 제대로 보도하거나 조사하지 않느냐"며 일침했다.
![사망 3주 전 손목에 테이핑하고 날씨예보하는 오요안나.](https://img1.newsis.com/2025/02/01/NISI20250201_0001760949_web.jpg?rnd=20250201214230)
사망 3주 전 손목에 테이핑하고 날씨예보하는 오요안나.
오요안나는 아이돌 연습생 출신이다. 2017년 JYP 13기 공채 오디션에 합격했으며,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다음 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시기 질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고인을 괴롭힌 내용도 공개됐다. 한 기상캐스터는 "(오요안나) 완전 미친X이다. 몸에서 냄새 난다. XX도 마찬가지"라며 "('더글로리')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피해자 코스프레 겁나 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모욕했다.
처음엔 가해자 2명 실명만 언급됐으나, 유족은 "진짜 악마는 이OO과 김가영"이라며 "박OO과 최OO는 대놓고 괴롭혔지만, 이OO과 김가영은 뒤에서 몰래 괴롭혔다. 박OO과 최OO는 장례식장에 왔지만, 두 사람은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MBC TV '뉴스데스크'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4명 모두 SNS 댓글창을 닫고 입장을 밝히지 않아 공분을 샀다. 김가영은 SBS TV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하차 요구도 받고 있다. SBS는 "김가영 하차는 결정된 게 없다"며 "(MBC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MBC 조직 내 문제는 고질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직된 문화로 인한 인력 유출이 잇따랐고, 다른 방송사에 비해 경력직 등 차별도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랜서인 기상캐스터 처우 개선 목소리도 높다. MBC 기상캐스터 출신 박은지는 1일 SNS에 "언니도 7년이라는 그 모진 세월 참고 또 참고 버텨봐서 알지. 그 고통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운지"라며 "도움이 못되어 줘서 미안하다. 뿌리 깊은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이제는 끝까지 밝혀져야"라고 썼다. 배수연은 "내가 MBC를 나오던 그 때도 그랬지. 한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였던 나의 목소리에는 어느 누구 하나 전혀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MBC. 보도국. 기상팀"이라며 "지금은 좀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어쩜 여전히 변함 없다니. 제발 진상 조사를 철저히 해 어느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 입건 전 조사(내사)에 들어갔다. 한 네티즌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안형준 MBC 사장과 부서 책임자, 동료 기상캐스터 등을 고발했다. 증거인멸교사·업무상 과실치사·스토킹처벌법 위반·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살펴볼 계획이다. 진상조사위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MBC는 지난달 31일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고 밝혔으며, 이달 3일 "위원장에 법무법인 혜명 채양희 변호사를, 외부위원으로 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를 위촉했다. 인사 고충 담당 부서장과 준법 관련 부서장 등 내부 인사 3명도 위원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족들과 최대한 소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족들이 추천하는 인사를 위원으로 참여 시키는 방안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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