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흑백만 있나…상황 따라 보수 강조할 수도"
친기업 '우클릭' 속 '중도보수' 선언에 당내 분열 조짐
중도 확장 전략이지만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
일관성 없는 정책에 진정성 의심 받을 우려도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등 방산·조선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025.2.19 2025.02.19.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19/NISI20250219_0020705886_web.jpg?rnd=20250219140329)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 등 방산·조선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025.2.19 2025.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우클릭' 행보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정체성 논란까지 가열되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에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탈이념·탈진영'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이 대표가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며 "지금은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성장에 방점을 찍고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는 게 이 대표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주 자신의 '중도보수' 발언으로 당 정체성 논쟁이 격화하자 이분법적 접근에 따른 비판을 반박하며 다시금 '실용주의' 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도보수 논쟁이 한창인데,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의 무능에 내란 사태까지 겹쳐서 경제 상황이 너무 심하게 악화했다. 분배와 공정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 자체가 마이너스로 가는데, 살아남아 있어야 행복한 삶도 가능하지 않느냐"며 "지금은 성장과 회복, 헌정질서 유지가 중요한 시기다. 상황에 따라 보수적 색채가 강조되고도 하고, 진보적 색채가 강조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 운영할 때도 안보나 경제 영역은 보수적 인사들이 보수적 정책으로 하고, 사회문화적 영역은 진보적 인사들이 진보적으로 집행하면 된다"며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그런 시각으로 국가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범죄당"이 됐다며 보수여당의 극우화로 민주당의 정치적 위치가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옮겨갔다는 취지의 논리도 폈다.
그는 "'가만히 있었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내가 중간에 와 있더라', '가만히 있었더니 내가 오른쪽에 가 있더라' 세상이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보수)를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다시 한번 민주당 정체성 논쟁에 불을 붙이자 비명(비이재명)계도 강한 어조로 맞붙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같은 날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이를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에서 물러서야 할지 모른다. 이는 실용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어찌 중도 보수 정당이겠나"라며 "설익은 주장은 분란을 만들 뿐으로 진보 진영과의 연대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도와 합리적인 보수층 마음까지 얻고 싶은 것은 모두가 같지만, 단순히 우클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 갈등 우려에도 이 대표가 '정체성 이슈'까지 공론화하며 '중도보수론'을 꺼낸 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중도층 공략 차원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합리적 보수층까지 확장하겠다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좌파' 이미지가 축적돼 온 터라 이를 희석할 충격파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우향우 전략이 중원 확보를 보증할지는 미지수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민생 경제 우선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면 중도층에게 소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줄 경우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 대표는 최근 정책 각론을 두고 좌우를 넘나들며 혼선을 빚어왔다.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는 특별법을 놓고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빼기로 최종 방침을 정했다.
추경안 쟁점인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도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원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고 하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사흘 뒤 발표한 추경안에서 1인당 25만~35만원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포함했다.
한 중진 의원은 "중도층은 이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관성 있는 행보는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극우' 프레임을 씌우고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외치고 있는데 진정성 논란을 돌파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