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단 5분 국무위원 가담 정도는
침묵·용인한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인가
지시한 자와 지시 들은 자, 진술 엇갈려
공직자 책임범위 사법적 판단 기준될 듯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9/13/NISI20250913_0001942720_web.jpg?rnd=20250913152500)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오정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재판이 이번주부터 본격 시작된다.
국무위원 재판은 대통령의 위법·위헌적 행위를 막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국무위원이 반대했다면 계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행위를 문제 삼고 있고, 국무위원 측은 정치적·도의적 책임일 뿐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면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공직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중요한 사법적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5분짜리 국무회의…국무위원들, 막을 수 있었나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막아야 할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이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28분 전 국무회의는 밤 10시17분부터 약 5분간 대통령실에서 진행됐다. 당시 의안 보고나 심의, 토론 절차 없이 윤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만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인 당일 밤 8시께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과 독대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문을 받은 것으로 CCTV와 국무위원 진술을 통해 파악됐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당시 국무회의 전후로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행위(부작위)를 내란 방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최고위직 공무원인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행위를 견제하고 바로잡지 않고 침묵하거나 용인한 것은 범죄 행위라고 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대해 반대하거나 사퇴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의 영역일 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계엄의 발령을 폭동이나 소요(공공질서 문란)라고 보고 적극 가담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것을 의무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고 분석했다.
김의택 형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는 "국무총리가 반대하면 계엄 발령이 불가능했는지, 계엄 발령이 국무회의 당시 명백하게 위법적인 명령이었는지 입증돼야 한다"며 "설득과 노력을 했으나 본인의 생명, 신체에 대한 침해를 무릅쓰지 못한 것일 뿐인지에 따라 또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툼 여지가 있는 점,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위법 지시 있었다" vs "지시 안 했다"…증명력 관건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보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소방재난본부를 비롯해 이상민 전행정안전부 장관 주거지, 소방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25.07.17.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7/17/NISI20250717_0020893283_web.jpg?rnd=20250717145155)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보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소방재난본부를 비롯해 이상민 전행정안전부 장관 주거지, 소방청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25.07.17. [email protected]
오는 19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강완수) 심리로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국무위원 중 두 번째로 구속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법상 주무부처 장관임에도 윤 전 대통령의 불법한 계엄 선포를 방조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순차적으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재판도 한 전 총리 사건과 같이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공모했는지 혹은 단순히 방조에 그쳤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이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했는지가 한 전 총리 재판과는 다른 핵심 쟁점이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경찰청에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달라"는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단전·단수 지시를 받거나 하달한 적이 없고, 허 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자제시켰다"는 등 지시 사실 자체 부인하고 허 청장에게 한 말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에서는 허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시를 받은 자와 지시를 한 자의 주장이 대립할 때 두 진술 모두 증거능력이 있어 어느 당사자의 말이 더 증명력이 있는지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방청장의 진술과 전 장관의 진술이 둘 다 증거능력이 있는데, 다만 증명력이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하게 된다"며 "증명력은 증거능력이 있는 진술들을 종합했을 때 이 진술은 거짓말 같다, 아니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심증의 정도를 증명력이라고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오는 17일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고 수천만원대 목걸이 등 금품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1차 공판기일도 열린다.
특검은 고가의 명품을 전달한 행위가 통일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청탁의 대가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윤 전 본부장 측은 대가성 없는 순수한 선물 또는 우호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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