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3500억달러 투자 필요조건? 통화스와프가 뭐길래[금알못]

기사등록 2025/10/06 05:00:00

최종수정 2025/10/06 05:42:06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5년 8월 말 외환보유액'은 4162억9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 대비 49억5000만 달러 증가하며 3개월 째 상승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보유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25.09.03.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5년 8월 말 외환보유액'은 4162억9000만 달러로 지난달 말 대비 49억5000만 달러 증가하며 3개월 째 상승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보유중인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25.09.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 조선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화스와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은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를 전달하며 관세 협상 타결의 선결 조건인 무제한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불안을 줄이고 해외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쉽지만은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도대체 통화스와프가 뭐길래,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요성을 강조하는 걸까요.

통화스와프는 두 국가(중앙은행 간)의 약정에 따라 일정 금액의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해진 환율로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원래 통화로 되돌리는 계약입니다.

쉽게  말하면 두 나라가 서로의 돈을 일정 금액만큼 바꾸는 일종의 약속입니다. 평소에는 그대로 두고 있다가, 위기 상황이 오면 마이너스 통장처럼 그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구조죠.

예컨대 외환 시장 위기 등이 닥쳐 한국이 외화가 급히 필요할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이 있다면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바로 빌려올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 대비 외화 수요가 급증할 때, 중앙은행이 외화를 확보해 시장에 공급하거나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스와프를 통한 통화 수급 조절로 환율 변동성도 완화시킵니다.

두 나라가 무역 거래 시 자국 통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합니다. 중앙은행 간 금융시스템 안전망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 때문에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나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심리적 안정 효과'를 주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주요 우방국 중앙은행과 긴급 스와프를 체결했습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도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에도 미국은 우리나라와 60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었습니다. 최초 기간은 6개월 이었지만 3차례 연장을 거쳐 2021년 12월 31일 종료됐죠.

그 결과 불안했던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됐고, 원·달러 환율도 최대 200원 가까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를 끝으로 한·미 통화 스와프는 더이상 맺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기축통화로 분류되는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와만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통화 스와프를 글로벌 달러 유동성 공급 수단으로 보고, 전 세계 금융안정을 위해 꼭 필요한 국가들과만 맺고 있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죠.

하지만 최근 관세 협상 일환으로 대미 투자가 거론되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다시 논란에 중심이 섰습니다. 금융시장 신뢰를 높여주는 '안전판'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요구한 3500억 달러는 현재 보유한 외환(약 4100억 달러)의 80%를 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1년에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잇는 200~300억의 10배가 넘습니다.

외화 부족으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대미 투자가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 환율이 1600원대로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외신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단행하면 1997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달러 유동성 위기를 막고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캐나다와, 중국, 스위스, 인도네시아, 일본, 호주 UAE(아랍에미레이트),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등과 약 1500억 달러 내외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죠. 특히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지는 영향력인 이유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정이 성사되면 시장에 '안정된다'는 강한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대미 투자액에 빠져나가더라도 환율이나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해외 자금을 묶어둘 수도 있죠. 결국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한·미 통상 협상에서 중요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 셈입니다.

한편 최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낙관적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관세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한미 간 외교 및 경제 대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통화스와프 협상이 실제로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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