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침입 하루 만에 법원 정상 운영
직원·민원인 한해 증빙 통해 출입 가능
"재판도 정상 진행 중" "많이 정리돼"
"불법행위에도 시민 일상은 지켜져야"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시위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내부에 침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뒤, 첫 평일을 맞은 법원은 혼란한 분위기 속에도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20일 오전 찾은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 법원 정문으로부터 좌우 양쪽 100m 구간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경찰은 양쪽 인도 끝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법원과 검찰 직원, 민원인 등 일부 허용된 인원의 출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공무원증을 보여준 뒤 출입이 가능하고, 민원인의 경우 당일 법원에 용무가 있다는 것을 문서 등을 통해 증명한 뒤에 접근이 가능하다.
취재진의 경우 법원 울타리 밖에서의 사진 촬영 등만 허용된 상태다. 울타리 너머로 바라본 법원은 외벽 타일과 건물 유리창이 깨져있어 전날 새벽 있었던 일을 가늠하게 했다.
시위자들의 침입이 주로 발생한 법원 후문은 이날 경찰 미니버스로 접근이 차단돼 있었다.
후문 울타리에는 시위자들이 바닥에서 뽑은 법원 현판이 기대어져 있었다. 철판으로 된 현판은 바닥과 이어져 있던 귀퉁이가 찢기고 구겨져 있었다.
다만 전날부터 이어진 복구 작업으로 법원 울타리 내부 바닥의 쓰레기나 파손된 집기류 등은 대부분 정리돼 있었다.
지나가던 길을 멈추고 파괴된 법원 외곽을 한동안 지켜보거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모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울타리 사이를 응시했다. 법원 옆 식당의 직원은 도로에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이날 법원 앞에서 만난 민원인들은 주말 사이 법원에서 발생한 소요에 충격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형사사건 열람 등사를 마치고 나왔다는 서초구 법무법원 사무직원 김모(36)씨는 "이번 사태는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불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소요가 서둘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피해자로 2년째 법원에 업무를 보러 다니고 있다는 A(마포구 공덕동)씨는 "뉴스를 보고 열 받아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시위는 시위대로 하더라도 이곳은 법을 집행하는 최후 기관인데, 그걸 다 부서버리면 여기서 (법률)구조받는 사람은 어떡하냐"고 말했다.
앞서 법원 이날부터 법원 업무를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전날 공지한 바 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를 전후로 해 법무법인의 직원이나, 소송 당사자 등 민원인들이 법원으로 출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변호사는 "오전 10시 재판이 있다"며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준 뒤 법원 내부로 들어갔다.
대규모 소요 사태에 법원이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은 모습이었다.
김씨는 "법원 분위기가 평상시보단 딱딱하지만, 업무에 불편한 건 없었다"며 "내부가 많이 정리돼서 전후 상황을 몰랐다면 평상시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시민들의 일상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사태 발생 하루 만에 정상 운영을 결정한 데에는 불법적 폭력 사태에 사법부가 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인 것으로 풀이된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서부지법을 찾아 "사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재판 업무를 통해 권리를 회복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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