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김건희·권성동 청탁' 묻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부인

기사등록 2025/09/17 19:58:17

최종수정 2025/09/17 20:28:52

특검서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9시간여 조사

50쪽 분량 질문지 모두 소화해…진술 거부하지 않아

조사 마친 후 통일교 소유 가평군 병원으로 이동해

특검 "임의로 출석…엄정 처리" 구속영장 청구 시사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9.1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오정우 기자 = 윤석열 정부와 친윤계 정치인 등을 상대로 이뤄진 조직적 로비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특별검사팀 첫 조사가 9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한 총재는 진술 거부권을 쓰지 않았고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총재가 소환에 3번 불응하고 임의로 날짜를 택해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보고 구속영장 청구를 시사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를 상대로 조서 열람까지 9시간32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4시45분께 조사가 종료됐고 조서 열람이 시작됐다. 한 총재는 오후 7시32분께 조사실을 빠져 나왔다. 오전 출석할 때와 달리 한 총재는 휠체어에 탄 채 건물 1층에서 대기하던 취재진들을 마주했다.

한 총재는 '5가지 혐의 내용에 대해서 다 인정하셨나'라는 물음에 입을 열지 않았으나,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 나오는데 입장이 있나'는 물음에는 "나중에 들으시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에서는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한 총재는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 왜 전달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청탁을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한 게 아닌가요'라 묻자 "없어요"라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에게도 목걸이와 가방 전달한 적 없으신가'라 묻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이어 '조사에서는 어떻게 해명을 하신 건지'라 묻자, 한 총재는 "잘 들어보세요 어떻게 내가 했는지"라며 "너무 많아요"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몰리며 혼선이 빚어졌고, 한 총재는 차에 탑승하면서 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검은 한 총재를 상대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지난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전 승인을 했는지, 윤씨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샤넬백 등을 건네며 현안을 청탁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우선 집중 조사했다.

이날 한 총재가 연루된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이나 통일교 교인 입당 등 국민의힘 당권 개입, 20대 대선 쪼개기 후원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일단 이날 준비한 50여쪽의 질문지를 모두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재는 진술을 거부하지 않았고 변호인은 2명이 배석했다. 특검은 한 총재의 건강 상태가 조사를 받기 어려울 만큼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09.17.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통일교는 사무실에 의료진을 동행 시켰고 건물 지하에 구급차를 배치했다. 조사를 마친 한 총재를 통일교가 운영하는 경기 가평군 HJ매그놀리아병원으로 옮겨 회복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총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후 줄곧 해당 병원에서 회복을 해왔다는 게 통일교 입장이다.

특검은 앞서 한 총재가 소환에 지속적으로 불응하고 권 의원의 구속 여부를 지켜본 후 임의로 이날 출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총재는 지난 8일과 11일, 15일 총 세 차례 특검의 소환에 불응하고,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출석 불응을 통지해 오다 3차 소환에 불응할 때 '17일 또는 18일' 을 제시하며 자진 출석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특검은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근거 외에도 당장 한 총재가 '통일교 정교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인 만큼 추가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 이미 통일교 본부와 간부들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및 자료 확보로 상당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출석 문제에 대해서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앞서 한 총재는 이날 오전 출석할 때 취재진이 출석일자를 임의로 특검에 통보하고 출석한 배경을 묻자 "내가 아파서 그랬다. 수술 받고 아파서 그랬다"고 짧게 답변했다. 한 총재는 변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하차한 후 걸어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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