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은 "故이순재, 촬영장서 7시간 대기에도 편의 요구 안해"

기사등록 2025/11/26 11:11:10

최종수정 2025/11/26 14:10:11

[서울=뉴시스]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이순재가 올해 1월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생애 첫 대상을 차지한 모습.  (사진='2024 KBS 연기대상' 캡처) 2025.11.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이순재가 올해 1월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생애 첫 대상을 차지한 모습.  (사진='2024 KBS 연기대상' 캡처) 2025.11.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배우 이세은이 배우 고(故) 이순재를 애도했다.

이세은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건 TV 속 대발이 아버지였다. 내가 꼬마 때에도 선생님은 '국민 아버지'셨다"라고 이순재의 연기 인생을 떠올렸다.

이세은은 세종대 영화예술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순재는 이세은이 학부 시절 때 만난 교수다. 이세은은 "대학 1학년, 강의실에서 처음 뵈었을 때 선생님은 '나는 돈 때문에 강의하는 게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저 사명과 책임감으로, 우리들을 정말 사랑해 주셔서 그렇게 함께 해주셨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1980년생인 이세은은 "바로 위에 1기수밖에 없어 정말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가며 학교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학교 축제도 열정만 가득하고 어설펐는데 교수님은 그 어설픔을 보고도 늘 격려해 주셨고 엄지손가락을 들어주셨다. 학생들과 교수진들이 똘똘 뭉쳐 하나씩 만들어가던 그 시기에 늘 교수님도 함께 계셨다"고 덧붙였다.

이세은은 "학교 밖에서 우연히 뵌 교수님은 자상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언제 어디서 나를 보셔도, 시상식 배우석에 앉아 계시고 내가 사회를 볼 때도 손짓하시며 주변 분들께 '쟤가 내 제자'라고 하시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공연을 할 때면 무대 뒤로 오셔서 '대사가 빠르다. 천천히 해라. 날린다. 너무 날리지 말라'며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세은. (사진=이세은 인스타그램 캡처) 2025.11.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세은. (사진=이세은 인스타그램 캡처) 2025.11.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이세은은 "놀라웠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대받으신 결혼식, 행사, 모든 스케줄을 빠짐없이 참석하셨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지?' 싶을 정도였다. 그때도 이미 할아버지셨다. 선생님의 열정과 체력, 자기 관리와 주변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어떤 젊은이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순재의 뛰어난 인품과 배려심이 느껴지는 일화도 공개했다. "촬영장에서 선생님은 어떠한 개인적 요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셨다. 사극이나 시대극을 찍으면 주요 인물만 50여 명이고, 배우들은 12시간씩 대기하기 일쑤다. 주연 배우들은 스케줄에 쫓겨 일정 조정을 부탁하기도 하는데, 선생님이 계신 곳은 예외다. 선생님은 어떤 편의도 요구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세은은 "가장 연장자이셔도, 가장 체력적으로 모든 면에서 충분히 배려를 요구하실 수 있음에도 하지 않으셨고 먼저 제안해도 마다하셨다. 다 고생하는데 나 하나 이롭자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촬영 순서대로 5시간이고 7시간이고 기다리셨다. 때문에 선생님이 계신 곳은 대부분 그 어느 누구도 개인 편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세은은 "선생님은 늘 진짜 어른이셨다. 우리가 바른 생활 습관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는 배우가 되라고 가르쳐 주셨다. 겸손하라 하셨다. 항상 몸소 보여주셨다. 부모가 자식에게 그러하듯이 열 마디 말보다 모범을 보여주시던 아버지이시고 참 어른이셨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이세은은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이순재가 대상을 받았던 순간도 떠올렸다. KBS 2TV 수목드라마 '개소리'는 이순재의 69년 연기 인생에서 '첫 연기대상'을 안겨준 뜻깊은 작품이다. 이게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

당시 대상을 받은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다. 많은 작품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늘 기다리고 있었다"며 시청자들에게 공을 돌려 감동을 안겼다.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순재는 "아름답고 귀한 상을 받게 됐다. 60세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세은은 "선생님께서 작년에 대상을 수상하셨을 때, 비로소 대상을 수상하심에 첫 번째로 놀랐다.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더욱더 이 세상에 맞닿을 듯 더욱 겸손해지신 모습을 보며 마냥 박수 치며 기뻐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하신 어떤 예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세은은 "너무나 슬퍼서 마지막을 예감하셨던 그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깟 돈 때문이 아니라, 패기 넘치고 열정 넘치는 마음으로 신생 학과에 신입생을 가르치러 오셨던 우리 교수님, 아버지와 같은 분, 천국에 가심이 분명하신 우리 교수님, 내내 평안하시기만 기원한다. 수많은 제자와 후배, 동료들의 추모가 가족분들께도 부디 위로가 되길 바란다. 감히 나 따위는 닿지도 못할 선생님의 위대한 발자취를 기리며"라고 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순재는 70년 동안 방송, 영화, 연극 등을 넘나들며 활약한 우리 시대 대중문화 산증인으로 통한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에 출연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출연 중이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하차한 뒤 휴식을 취해왔다.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무대에 오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고인은 지난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희정 씨, 아들 이종혁, 딸 이정은 씨가 있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 20분, 장지는 경기 이천 에던낙원이다.
[서울=뉴시스]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이순재가 2018년 3월 영화 '덕구' 관련 인터뷰에 나선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사진은 이순재가 2018년 3월 영화 '덕구' 관련 인터뷰에 나선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1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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